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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함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namsarang 2012. 4. 27. 23:14

[기고/박상현]

세종대왕함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기사입력 2012-04-27 03:00:00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또다시 한반도의 긴장을 높였다. 이 같은 북한 정권의 위협 속에서도 우리 해군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의 활약은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세종대왕함은 동창리에서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최고 고도, 폭파 지점, 파편 수, 파편 추락지점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미국 CNN 등 세계 유명 매체가 편집 없이 방송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향후 미사일 요격을 위한 시스템과 무기만 갖추어진다면 북한의 무모한 미사일 도발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안보와 번영을 위해서는 해군력을 더욱 증강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해군력은 우리 경제의 생명선인 해양수송로와 직접 관련되어 있고 해양자원의 보호와 개발을 확대하기 위해서 필요하며 해양영토 분쟁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런데 해군력 증강은 전략과 전술 및 무기 성능 개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해군 전진기지 건설이다. 많은 재정이 요구되는 전력 증강도 중요하지만 해군 전진기지 건설을 통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 중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도 있다. 평화의 섬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제주도가 분쟁지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하나의 사례다. 전쟁과 평화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이런 주장은 유토피아에서만 가능할 뿐 국제정치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각축장인 국제정치의 현실에서는 선의의 행동이 외려 침략과 도발로 갚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빈체제에서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수많은 국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분열되었다. 대한제국 말기 우리의 힘이 부족해서 국권을 잃어버렸던 암울한 시대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유토피아가 아닌 ‘차선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차선의 세계는 경쟁과 갈등,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세상이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쟁과 평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로마의 장군 베게티우스는 이 점을 간파하고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을 남겼다. 

일부 민간단체에서는 전 세계 지식인 수백 명의 이름을 지지자로 들면서 “무기가 있는 곳에는 살상과 전쟁이 있다”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에게 무기가 없으면 우리 땅에 평화가 올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의 해양수송로가 위협 당하고, 자원 개발의 길이 막히고, 영토주권이 침해당한다면 누가 우리를 위해 피를 흘려줄 것인가.

우리나라는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지만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동북아 국가 간에는 심각한 해군력 증강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대한해협을 건너온 러시아 해군이 서해에서 해군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박상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