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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괴물 류현진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짜 승자가 되어가다'

namsarang 2014. 8. 10. 05:19

 

진화하는 괴물 류현진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짜 승자가 되어가다'

출처 다음스포츠|입력 2014.08.09 19:15|수정 2014.08.09 19:52

매팅리 감독이 말하길 "류현진이라는 선수는 (많지는 않지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이후에 바로 빠져나오는 기질이 있다."고 했습니다. 매팅리 감독이나 허니컷 투수 코치는 이런 류현진의 모습을 높이 사고 있습니다. 두 번 실수는 없을뿐더러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마인드와 실력이 단단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 실수는 하지 않으려는 노력, 그리고 성공. 돌이켜 보면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류현진에게는 많은 우려와 걱정 그리고 징크스가 따라다녔습니다. 물론 기대와 응원에서 나오는 것들이었지요. 그런데 류현진이라는 선수는 참으로 신기하고 묘할 정도로 이 모든 우려와 걱정, 그리고 징크스를 하나씩 지워가고 있습니다. 낮과 밤 경기의 차이, 4일과 5일의 휴식 등 최근 류현진의 기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건 이제 류현진이라는 선수에게는 이런 징크스 따윈 필요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날의 컨디션과 경기전 불펜 투구에서 제구가 잘 되는지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잡히는 정도.

이제 류현진에게 징크스는 따라 다니지 않지만 나쁘지 않은 징조(?) 하나가 생겼습니다. 매팅리 감독의 말처럼 좋지 않은 경기를 한번 보여주면 그다음 경기에선 보란 듯이 호투를 펼치는 것입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9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퀄리티스타트 달성했습니다. 승수는 챙기지 못했지만 퀄리티스타트로 만족할 수도 있었던 경기. 하지만 7회 아웃카운트를 하나 남겨둔 상황에서 아리스멘디 알칸타라에게 동점 2루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하게 되자 류현진은 아쉬움과 괴로움을 숨기지 못 했습니다.

마운드에서 내려와 더그아웃 벤치에 자신의 글러브와 모자를 '툭'하고 던지며 자책했습니다.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경기였습니다. 글러브와 모자를 던지며 자책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다음 류현진의 모습이 정말 '짠'했습니다.

정말 많이 괴로워하고 아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잔인하게도 이런 류현진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다음 경기는 '엄청' 잘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역 라이벌. 5번 고속도로로 연결된 두 구단을 가리켜 프리웨이 라이벌이라고도 합니다. 지난 시즌 류현진이 완봉승을 거둔 팀이기도 하지만 올 시즌 막강 타선을 자랑하는 에인절스이기에 절대 방심할 수 없었습니다.

경기에 앞서 류현진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보통은 경기 시작 30분전쯤에 외야로 나가 롱토스 캐치로 몸을 풀고, 불펜으로 이동해 불펜 투구를 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포수 앨리스보다도 먼저 더그아웃에 나와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생각이 많은 듯 더그아웃을 앞뒤로 왔다 갔다 하고,옆에 있던 물통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

또 앉아서 다리를 수차례 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불펜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류현진은 한결 편안해 보였죠. 더그아웃을 향해 경례까지 하는 여유를 보여줬습니다. 불펜 투구에서 제구가 잘 되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불펜 투구가 잘 된 만큼 한결 가볍게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던 류현진은 완급 조절도 훌륭했습니다. 매팅리 감독 역시 패스트볼의 스피드 조절에 대해 칭찬을 했고, "붙어본 선수이기에 이기고 싶다."며 은근 자신 있음을 드러냈던 소시아 감독도 경기후, 류현진의 투구에 대해 "직구와 체인지업이 뛰어났고, 좋은 피칭이었다."며 칭찬했습니다.

컨디션 좋은 날, 제구가 잘되고, 완급조절이 잘 되는 그런 날. 더그아웃에서도 류현진의 표정은 여전히 밝습니다.

이날 다저스는 잘 던지고, 잘 치고, 잘 막았습니다. 투구, 타격, 수비까지 좋은 경기를 펼치기에 필요한 요소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물론 위기도 있었으나 환상수비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6회 말 푸홀스의 좌전 2루타로 1루주자였던 트라웃은 3루로 진루했고, 류현진에게는 실점할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진=다저스 오피셜 사진사 존 수후>

그런데 타석에 오른 해밀턴이 펜스를 넘길 듯한 타구를 날렸고, 이를 정확히 감지한 푸이그는 펜스를 밟고 뛰어올라 잡아내는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단연 돋보이는 수비였습니다.

푸이그의 놀라운 수비를 지켜본 류현진은 손을 들어 고마움을 표시했고,

어깨 으쓱해진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푸이그를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푸이그는 평소 펜스를 두려워하지 않는 선수다. 그래서 잘 잡을 수 있었던 것 같고,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호수비에 대한 칭찬과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푸이그의 진짜 매력은 그다음 행동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호수비를 보여준 푸이그는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합니다. 더그아웃 바로 옆에 있던 사진기자들이 푸이그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자 보란듯이 당당한 포즈로 취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보지 않는 척하지만 이미 카메라가 모두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아는 푸이그. 이 또한 푸이그의 매력입니다.

# 맷 켐프, '어차피 퇴장당한 거….'

맷 켐프는 8회 2사 2, 3루에서 삼진아웃 판정을 받고 심판에게 항의하다 결국 퇴장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4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타석을 물러나게 된 맷 켐프는 방망이가 돌지 않았는데 어떻게 헛스윙이냐 구심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구심은 맷 켐프의 말은 더 이상 듣지 않겠다며 헛스윙 삼진이 맞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맷 켐프의 항의는 이어졌고, 이에 구심은 퇴장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맷 켐프는 억울함을 드러냈습니다.

더그아웃에서도 동료들과 코치들에게 정말 억울하다는 말을 강조했던 맷 켐프.

맷 켐프가 더 억울했던 건. 자신은 욕을 하지도 않았는데 퇴장을 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헛스윙 삼진 판정을 이해 못할뿐더러 어필 좀 했다고 퇴장을 시키는 건 말이 안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퇴장하기는 정말 억울했던 것일까요. 이왕 퇴장하는 거 심판에게 욕이라도 퍼부어야 감정이 풀릴 것 같았던 맷 켐프. 구심에게 하지 못 했던 욕을 결국 1루심에게 강력하게 퍼붓고 더그아웃을 빠져나갔습니다.

# 호수비를 펼치며 류현진 13승을 도운 로하스, 그는 누구?

이날 로하스는 몇 차례 호수비를 보여줬습니다. 로하스는 2006년부터 신시내티 레즈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다 2013년 다저스로 이적해 더블 A에서 뛰게 되었는데, 130경기에서 .233의 낮은 타율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수비면에선 인정을 받아 올해 스프링캠프 때 초청선수로 합류하게 되었죠.

그리고, 6월 6일 처음으로 빅 리그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미겔 로하스는 스프링 트레이닝 때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밤마다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이유는 그의 고향인 베네수엘라에 머물고 있는 아내 마리아나 걱정 때문이었죠. 초청선수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다저스에서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 없을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빅 리그 진출보다도, 정부에 대한 시위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두고 온 아내가 걱정이었던 것입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시위는 줄었지만 베네수엘라에선 정부와의 대립은 아직까지 남아 있어 늘 걱정을 안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까스에서 35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로하스의 부인은 집 문밖을 나가길 두려워하고 있다고…

빅 리그에 올라온 지 이제 두 달. 낮은 타율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수비로 다저스에서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는 조금 더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