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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진저리 치고, 국회는 해산하라는 추석 민심

namsarang 2014. 9. 10. 23:33

[사설]

 

'세월호'에 진저리 치고, 국회는 해산하라는 추석 민심

입력 : 2014.09.10 03:04

국회의원들이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 때 지역구 유권자들로부터 듣는 얘기 중에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공통되는 내용이 있는 경우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몇 %라는 수치로 다 표현되지 않는 생생한 민심이 여기에 담겨 있다. 이번 추석이 특히 그랬다.

의원들이 전하는 추석 민심을 요약하면 '세월호 사태 장기화에 따른 극도의 피로감'과 '일도 안 하는 국회가 특권까지 누리는 것에 대한 심각한 반감(反感)'이었다. 여야, 영호남, 도시·농촌,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이 두 가지 민심이 그대로 터져 나왔다. 많은 의원이 "이 정도로 듣기 거북할 만큼 욕을 먹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한 의원은 "융단폭격을 맞았다"고 했다. 이게 딱 지금 국민의 심정이다.

세월호특별법 갈등으로 민생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이제 피로감 수준에서 불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시장에 붙여놓은 노란 현수막 때문에 상인들과 충돌 직전이다" "세월호 유족 아닌 다른 국민은 국민도 아니냐" "세월호 때문에 피해 안 본 업종, 지역이 없는데 국회가 세월호 하나만 갖고 이러니 분통이 터진다"는 게 의원들이 전한 솔직한 추석 민심이다. 한 의원은 "사람들이 '이제 그만'이라고 한다. 표현 수위가 높아서 놀랐다. 다들 세월호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의원은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에 진정으로 애도하던 많은 사람이 '세월호'라는 말만 나와도 진저리를 치는 지경에 이른 것은 비극이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더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없었는지 큰 줄기는 밝혀질 만큼 밝혀졌다. 이제부터는 사고 원인에 대해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면밀한 대책을 세우고 매뉴얼을 만드는 일이 남았다. 이는 애당초 정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다. 그런데도 세월호 사고에 무슨 정치 음모나 있는 듯이 전제하고서 특별법에 도저히 수용될 수 없는 내용을 넣으려고 요구하다 국민적 애도가 국민적 반감으로 바뀔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한 야당 의원은 "지역민들이 야당이 이러면 절대 정권 못 잡는다고 하더라"며 "책임 있는 정치인이 단식하며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른 야당 의원은 "주민들이 '천막 치고 농성하는 데는 절대 근처에 나타나지도 말라'고 당부하더라"고도 했다. 새정치연합이 이런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유권자들의 말이 말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곧 절감하게 될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잘못하고 있지만 여당도 잘하는 것이 없다. 어쨌든 국정 책임은 당신들에게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여당도 이런 민심의 바닥에서 돌아가는 시한폭탄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의원들에게 송광호 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고 한다. 국민은 의원들이 규정에 따라 받은 추석 상여금에 대해서도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의원들만 받은 것도 아니고 모든 공무원이 매년 받는 상여금에 대해 국민이 이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국회가 제 식구는 감싸면서 돈은 돈대로 다 받아간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금 어떤 국회의원이 이 민심에 '아니다'라고 맞설 수 있는가. 지금 국민은 국회를 특권 기관, 의원을 특권층으로 보고 있다. 이래서는 의회정치, 대의정치, 정당정치의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야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 의원은 "국회 해산하라는 얘기를 제일 많이 들은 것 같다"고 했다. 이게 진짜 추석 민심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