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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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셔서 여러 가지 고언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힘겨운 부분인 세월호 유족,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위로해주시고 그런 분들이 계시는 한 우리 사회는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전쟁이 없다고 해서 평화로운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 그런 의미인 듯싶고요. 그런데 왜 교황님께서는 북한에 대하여는 한마디도 안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북한은 탈북자들이 속출하고 상식적이지 아닌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일당독재국가인데 왜 북한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남한 사회에 대해서만 쓴소리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답: 교황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보수언론에서 교황님이 북한사회에 대하여는 한마디도 안 하셨다고 비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교황께서 북한에 대하여 부정적인 말씀을 안 하신 것은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신 듯합니다.
심리치료 관점에서 보자면 남한은 변화 가능성이 높은 곳이고 북한은 변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곳입니다. 남한은 어설픈 대로 언론이나 여론이 살아 있지만, 북한은 그런 소통시스템이 전혀 없는 곳이란 것이지요. 즉 양쪽을 비교하건대 통일의 주도권을 잡고 이끌어갈 가능성을 가진 나라는 남한이란 것입니다. 그러나 교황께서 보시기에는 상대 비교를 하면 남한이 우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갈라진 지 오래된 분단 상태를 하나로 만들고 화합으로 이끌기에는 아직 덜 성숙하고 덜 민주화가 되었다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이처럼 양쪽이 다 미성숙한 상태에서 통일할 경우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그래서 형제간의 형 같은 역할을 할 남한 사회가 문제가 많은 북한 사회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더 성숙해야 하고 더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셔서 여러 가지 메시지를 주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는데 교황께서 우리를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글쎄요, 과연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일까요? 조선조 천민계층 순교자 중에 자신들이 교우들로부터 받은 존중에 대하여 고마움을 표시했다는 글들이 있습니다. 그처럼 우리 사회의 하부계층을 이루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사는 나라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 행복한 마음을 가질 때, 그래서 상부계층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아무런 부러움도 가지지 않을 때 그때가 한 국가가 가장 민주화되고 성숙한 때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한 상태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아픔을 외치는 소리가 아직도 크게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배를 탄 사람들 중에서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항해하는 데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교황께서는 우리 사회가 균형을 찾고 안정감을 갖고 한 배를 탄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심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당신 몸으로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처럼 남한 사회가 안정되고 튼튼한 배를 만들었을 때에야 난파선처럼 되어버린 북한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교황께서는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곧 내게 해준 것이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실천 사항임을 확신하시고 실천하셨습니다. 또 남한과 북한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형제란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서로가 가진 적대감도 문제이지만 상대방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여길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북한을 우애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싼 노동력, 사용되지 않은 자원이 많은 곳, 물류유통을 하려는 곳이라고만 보는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내적인 정서가 고쳐지지 않을 경우 벌어질 일이 너무나 자명하기에 교황께서 쓴소리를 하신 것입니다. 이런 교황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채 왜 우리만 야단치고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하느냐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미성숙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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