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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노조가 날린 일자리

namsarang 2016. 10. 3. 18:11


[기자의 시각] 

 현대車노조가 날린 일자리 


                     입력 : 2016.10.03 06:05

"현대차 정말 좋은 회사네. 내 자식은 꼭 현대차에 들어갔으면 좋겠어."

지난 7월부터 임금 협상 문제로 파업을 벌이던 현대자동차노조가 9일간의 여름휴가를 끝내고 복귀한 뒤 다시 파업을 이어간다는 기사를 본 동료 기자가 한 말이다. "파업하다가 휴가 가고, 갔다 와서 또 파업하는 것도 신기한데, 저러고도 회사가 굴러가는 게 더 신기하네."

현대차노조는 사상 최대 규모의 생산 차질 피해를 주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0일 현재 24번째 파업을 벌여 생산 차질 규모가 2조7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회사 측은 조용하다. 오히려 이런 것이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현대차 파업을 '차 값 인상'이나 '품질 저하'로 받아들이며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 파업을 알리는 기사에는 '저러고 은근슬쩍 차 값 올리겠지' '다시는 현대차 안 산다'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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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30일 오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노조가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현대차 1조 근로자들은 오전 8시 50분부터 6시간, 2조 근로자들은 오후 5시 30분부터 6시간 부분파업했다. /연합뉴스
해외 공장 건설은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선택한 자구책 중 하나다. 현대차는 지난 20년 동안 해외에 11개의 공장을 지었다. 여기서 4만6000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반면 국내에서는 1996년 아산 공장을 지은 이후 공장 신·증설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강성 노조의 파업' '고임금 저생산성' 같은 문제로 골치 아플 수 있는 여지를 원천 봉쇄하는 선택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 역전당했다. 자동차 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12.7%(189조원·2014년 기준)를 차지하고 고용 인원만 176만6000명에 달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지만 생산 공장의 해외 이전 추세가 지금처럼 이어지면 취업난은 더욱 가중되고 피해는 구직에 나선 청년들과 미래 세대가 볼 것이다. 훗날 자식을 현대차에 입사시키려면 이민을 떠나는 것이 유리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울산의 한 지역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현대차노조가 전면파업을 벌였던 지난 26일 월요일임에도 울산 지역 인근의 골프장 예약이 꽉 차는 등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기사를 보고 최근 한 독자로부터 받은 편지가 생각났다. 그는 현대차 파업에 대해 이렇게 썼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군가가 덕을 보면 누군가는 눈물을 흘려야 한다. 본사 노동자가 띵까띵까 할 때 비정규직, 하도급 업체 직원들은 저임금으로 쥐어짜야 회사가 굴러갈 수 있다. 나 같은 하도급업체 직원의 눈물로 본사 직원들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

현대차는 평균 급여 9600만원(2015년 기준)인 고수익의 안정된 일자리다. 현대차 울산 공장 사내 주차장엔 그랜저·제네시스 등 서민들은 타기 어려운 대형차가 즐비하다. 좋은 차 굴리며 평일 골프 치는 호사의 이면에 취업 기회를 빼앗긴 미래 세대의 한숨과 고혈(膏血)을 쥐어짜인 하도급 공장 직원들의 눈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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