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쩌나]
376.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2017. 01. 22발행 [1399호]
문 : 본당 신부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처음엔 신자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늘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산책을 할 때도 늘 손에 묵주를 들고 다니며 기도했기 때문입니다. 전임 신부님은 신자들과 격의 없이 지내서 그런지 신자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불평할 정도였는데 새로 오신 분은 아주 열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왠지 본당 분위기가 썰렁해져 갑니다. 신부님과 함께 지내던 분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그분에게서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그분은 입버릇처럼 ‘나는 살아오면서 하늘 아래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이었답니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아주 냉정한 태도를 보입니다. 심하게 질책도 하고요. 신부님에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란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본당 신부님을 어떻게 봐야 할지요?
답 : 형제님의 고민이 이해가 됩니다. 늘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더군다나 지금까지 살면서 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하는 분을 판단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러나 그렇게 사는 분들이 가진 결정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자신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지나치게 자부하는 분들은 죄의식이 적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죄를 지으면 죄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면 철면피일 가능성이 높지요. 그런데 반사회적 성격장애인들처럼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 아주 열심히 기도하는 분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도취 때문입니다. 이것을 ‘성인 콤플렉스’ 혹은 ‘바리사이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바리사이들은 자신들이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들이기에 스스로 선택된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하느님께서 특별히 자신들만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죄의식과 부끄러움이 별로 없는 이유는 우선 이들이 세상 경험 특히 가난하고 힘겨운 세상살이의 경험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들은 스스로 돈을 벌어본 경험도 가난의 힘겨움도 겪어본 적이 없기에 마치 거울 너머로 세상을 보듯이 살아온 데다 온실 속의 꽃처럼 보호막 안에서 살았기에 공감능력이 부족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좁은 시야로 사람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무시하는 병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또한, 심리적으로 병적인 부분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너희는 죄를 짓고 살지만 나는 결백한 삶을 산다고 자부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정신적으로 분열증적인 소인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 안의 어둠, 자신 안의 죄의 성향을 부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심하게 투사하고 전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깨끗하고 선택된 사람들이라고 여기는 모습은 신경증과 정신병 사이를 넘나드는 비정상의 삶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경고하셨던 것입니다.
정상적인 신앙인은 지나치지 않은 적당한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곤경에 빠졌을 때 도움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보면서 ‘나도 그럴 수 있을지도 몰라’ 하며 비난을 자제하는 사람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진정 건강한 신앙인입니다.
지나친 죄의식은 신경증적 질병의 원인이 되지만, 적당한 죄의식은 인간미 따뜻한 정서를 만드는 근원지의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런 죄의식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독한 말을 자제하게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리고 죄를 지은 사람을 단죄하기에 앞서 그가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하느님께 대신 용서를 청하는 기도를 합니다. 부끄러움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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