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영성 |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15주일 (마태 13,1-23) 땅의 마음을 느끼는 농부 | 2017. 07. 16발행 [142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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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중 제15주일입니다. 복자이신 존 헨리 뉴먼 추기경님의 문장(紋章)에는 “마음이 마음에게 말씀하십니다(Cor ad cor loquitur)”라는 사목표어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세상 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인간의 마음과 함께하고 계심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말은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는다(이사 55,11 참조)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께서는 「신심생활 입문」의 머리말에서 “바닷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진주조개 속의 진주가 한 방울의 짠물도 삼키지 않는 것처럼, 인내심 많고 용감한 사람은 세속에 살면서도 세상 풍조에 물들지 않고, 세기의 파란만장하고 쓰라린 삶의 한가운데에서도 신심의 샘을 찾아내며 지상의 온갖 욕망 속에서도 경건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하고 깨우쳐 주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냥) 그리로 되돌아가지 않듯이, 주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도 (그냥) 헛되이 되돌아가지 않는다”(이사 55,10-11 참조)는 이사야 예언자의 선포는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인내하는 사랑’을 다시금 헤아리게 합니다. 결국 우리는 구원됩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은 자유를 얻는다(로마 8,21 참조)
마르코 이반 루프니크는 「식별」에서 “교부들은 ‘필아우토이(philautoi)’, 곧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자신을 반대하는 자신의 친구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관심과 요구 사항에 몰두하는 생각들로 드러나는 자기애(自己愛)는 고립되고 산산이 부서지는 상태로 끝나게 합니다”라고 가르쳐줍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께서는 로마 교회 신자들에게 ‘희망, 해방, 영광, 자유, 속량’에 관하여 말씀하십니다. 곧이어서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Spe salvi facti sumus, 로마 8,24)라는 장엄한 고백을 선포하십니다. 이에 대하여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께서는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말하는 구원은 당연한 기정사실이 아닙니다. 우리의 현실에 맞설 수 있는 든든한 희망을 얻었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고 새겨 주셨습니다.(「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1항)
서른 배와 예순 배와 백 배(마태 13,8 참조)
성서학자 요아힘 그닐카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태 13,1-8; 마르 4,1-9; 루카 8,4-8)와 관련해서 “적어도 우리에게 더욱 생소하게 보이는 것은 파종(播種) 방식이다. 조심성이라고는 없어 보인다”는 분석을 하면서,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지금 일어나는 일과 맺어 준다”고 풀이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에게 씨앗처럼 뿌려졌다”(마태 13,3 참조)는 것을 분명히 하십니다. 그러면서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씨를 쪼아먹는 새들, 싹을 태워 버리는 해, 숨을 막아 버리는 가시덤불’(마태 13,4-7 참조)과 같은 모습을 떨쳐내고 ‘좋은 땅’의 모습을 살도록 권고하십니다. 때문에 ‘좋은 땅’은 우리들이 일상 안에서 자신을 성찰케 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전능하신 창조주 하느님을 망각하는 영성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찬미받으소서」 75항)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
지금은 직장에서 은퇴하고 시골에서 사시는 어떤 형제님으로부터 “농사를 하다보니, 이제는 땅의 느낌을 알게 됐습니다”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참 농부에게 땅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인격체와 같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자녀가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게”(로마 8,21 참조) 됐습니다. 그 삶을 위해 예수의 성녀 데레사께서는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저는 당신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주님, 제게 무엇을 원하십니까?”라며 끊임없이 자신을 살피셨습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좋은 땅’의 모습으로 충만한 자유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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