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중 제13주일입니다. 특별히 우리 교회는 ‘교황 주일’로 정하고,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님께서 주님의 교회를 잘 이끌어 가실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합니다. 아울러 우리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깨우쳐 주시는 주님의 길에 온힘을 다하여 함께해야 하겠습니다.
작은 옥상 방(2열왕 4,10)
「향심 기도」라는 책에서 페닝턴 신부님은 “사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 자체가 대단한 신비입니다. 우리의 우연성(偶然性)이 무한하신 사랑의 하느님께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 우리는 얼마나 안도감을 느끼고 안정감을 체험하는지요?”라고 깨우쳐 주십니다.
오늘 제1독서는 한 수넴 여인이 엘리사 예언자를 위하여 자기 집에 옥상 방을 꾸며서 제공한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이 여인의 따뜻한 마음을 읽은 엘리사는 그 여인에게 좋은 일을 궁리하였고, 아들이 없던 그 여인은 마침내 아들을 낳았습니다.(2열왕 4,8-17 참조) 그후에도 엘리사는 그 여인의 가정을 끝까지 돌봤습니다.(2열왕 4,18-37 참조) 참으로 우리가 수넴 여인처럼 하느님께 진정으로 마음이 열릴 때에, 우리 안에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와 사랑은 한없이 충만해질 것입니다.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로마 6,3)
구상(具常) 시인께서는 자신이 환갑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하느님의 은총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습니다. “이제사 비로소 / 두 이레 강아지만큼 / 은총에 눈이 뜬다 / 이제까지 시들하던 만물만상이 / 저마다 신령한 빛을 뿜고 / 그렇듯 안타까움과 슬픔이던 / 나도 죽고 그 덧없음이 / 모두가 영원의 한 모습일 뿐이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믿습니다”(로마 6,8)라고 확신에 찬 선포를 하십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이 “죄 없으신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돌아가신 것”(로마 6,10 참조) 때문이라고 깨우쳐 주십니다. 사실 우리는 이처럼 엄청난 은총을 누리고 있음에도 제대로 깨닫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다시금 우리의 세례를 되돌아보고, “하느님을 위하여 살도록”(로마 6,11)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시원한 물 한 잔(마태 10,42)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른바 ‘환대의 문화(the culture of hospitality)’에 대하여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강조하시고 몸소 보여 주십니다. 2013년 7월 8일에 행한 당신의 첫 사목 방문을 람페두사(Lampedusa) 섬에 위치한 난민촌으로 가신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처럼 교황님께서는 교회 가르침의 중심은 인간이 지닌 불가침적인 존엄성을 선포하고 수호하는 것이라고 새겨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마태 10,42)에게 베푼 물 한 잔에도 주어질 확실한 상급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주님을 받아들인 이가 상을 받는 것”(마태 10,39-41 참조)은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거듭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주님 때문에(마태 10,37-42 참조)
얼마 전에 출간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교황직이라는) 십자가에서 내려와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비난에 대하여,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교황직) 사임은 도피가 아니라, 봉사직에 충실히 머무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담대히 밝히셨습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합당한 모습”(마태 10,37-38 참조)을 살라고 격려하십니다. 그 삶은 바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마태 10,38 참조)입니다. 부디 여러분이 어떠한 처지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겸손되이 받아들이고 따를 수 있는 지혜와 은총을 주님 안에서 찾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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