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중 제12주일이면서, 특별히 우리 한국 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고, ‘남북통일 기원 미사’를 봉헌합니다. 지난 2014년에 방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솔뫼성지에 모인 아시아 청년들 앞에서 “한국은 하나이고, 하나의 가족입니다. 여러분은 같은 가족의 언어를 씁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 안에 남북통일의 희망을 새롭게 일깨워주셨습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와서(신명 30,2)
십자가의 성 요한께서는 “하느님께서는 어떤 영혼들에게 감각이나 혹은 정신의 부드럽고 연한 음식을 주시기도 하시는데, 정작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그들이 다른 것을 거부하고 바로 십자가의 단단한 음식을 원하길 바라신다”고 가르치셨습니다.(「가르멜의 산길」 참조) 참으로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을 그들의 영적인 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당신 품 안으로 이끌어들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모세는 재난과 분열로 흩어졌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의 운명을 되돌려 주실 것이다”(신명 30,3)라고 희망으로 가득 찬 약속을 선포합니다. 또한 모세는 “너희들이 하느님께 돌아와 온 마음을 다하여 그분의 법에 순종해야 한다”(신명 30,2-3 참조)는 명령도 함께 내려줍니다. 결국 우리의 희망은 하느님의 법에 순종하면서 성취됩니다.
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에페 4,30)
「준주성범」에 따르면, “상대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말은 가장 사악한 것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죄는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범하는 것이지만, 이 죄는 상대를 경멸하고 무시하면서 범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새겨줍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에페소 교회 신자들에게 “원한, 격분, 분노, 폭언, 중상, 악의”(에페 4,31 참조)들은 성령의 인장을 받은 이에게 합당치 않다고 타이르시면서, 도리어 “관대함, 자비, 용서, 사랑”(에페 4,32-5,2 참조)으로 살라고 권고하십니다. 모름지기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어”(에페 5,1) 하느님의 성령을 기쁘게 해드려야 합니다.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마태 18,22)
2014년 8월 18일 명동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화해, 일치, 평화라는 하느님의 은혜들은 회심의 은총과 분리될 수 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회심이란, 우리의 삶과 우리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음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합니다”라고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요청하십니다”라고 덧붙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모습을 깨우쳐주십니다. 그것은 ‘함께 모은 마음과 용서하는 마음’(마태 18,19-22 참조)으로 사는 것입니다. 만약에 사도 베드로께서 예수님께 “주님, 제 형제를 일흔일곱 번까지 용서해야 합니까?” 여쭸다고 한다면, 분명 예수님께서는 “칠백 일흔일곱 번까지 용서해야 한다”고 대답하셨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마음을 끊임없이 헤아리고 배워가야 합니다.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요한 17,11)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복음이 저를 두렵게 합니다”라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복음은 건전한 두려움을 생기게 하여, 우리가 우리 자신만을 위하여 살아가지 않게 하고, 우리 공동의 희망을 전하도록 우리를 재촉합니다”라고 일깨워주셨습니다.(「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29항)
교형자매 여러분,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무엇입니까? 베드로 사도께서는 신자들에게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1베드 3,15)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셨듯이, 지금 우리에게도 일치와 번영을 약속하시고 희망케 하십니다. 부디 여러분이 하느님께서 이루실 이 땅의 통일을 희망하며, 더욱 깊은 믿음과 기도로써 함께 해주시길 빕니다. 아멘.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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