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방문을 나갔을 때 어른들은 하나도 없고 땅꼬마 어린이들만 죽 앉아 기다리는 이유를 알고 싶어 세례대장을 살펴봤다. 처음 이곳에서 세례를 준 1995년부터 살펴보니 세례를 받은 가장 큰 어른(?)이 1980년생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했다. 대부분이 대희년 이후에 태어난 어린이들뿐, 성인은 전무했다. 그러니 당연히 공소를 방문하면 어린이들만 신부님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아, 이것이 현실이었구나….' 어리다 못해 젖먹이 교회였다. 아프리카에서 40년을 선교사로 살아온 콤보니 수도회 신부님께서 이곳은 복음화 이전, 이전, 이전의 교회라고 한탄하신 목소리가 울려왔다. 여전히 공소방문을 가면 예비신자는 젖먹이 어린이뿐이었다. 하지만 유아세례를 주면서 아주 가녀린 복음의 씨앗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남수단 딩카족은 전형적인 아프리카 유목민들이고, 유목사회가 그렇듯 아직도 소를 주고 부인을 사오는 축첩 전통이 하늘을 찌를 듯이 강한 곳이다. 이들에게 '소'는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넘어 황금가루가 뿌려진 '세계관'이기도 하니까. 십대 나이에 소 46마리로 시집온 젊은 엄마는 어떠한 권리도 없이 하루종일 곡식을 빻고, 물을 떠 오고, 땔감을 주어오고,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힘들고 거친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공소방문을 하니 엄마 스무 명이 아기를 안고 공소건물에 모였다. "여러분은 정말로 이 아기가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받기를 원합니까?" "네!" "세상을 창조하신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습니까?" "네!" "마귀의 온갖 유혹을 끊어버립니까?" "네!"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우렁차지더니, 세례를 주고 나니 아주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이제 이 아기들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난 그제야 이 엄마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아들과 딸은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주기를 바라는 희망이었음을…. 아니, 이 자녀들이 앞으로 자라나 부조리의 악순환을 끊고 새 하늘 새 땅을 일궈주기를 바라는 꿈임을 헤아렸다. 그리고 이 엄마들의 희망과 믿음이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함께 기도했다. 그 여정은 아주 길고 힘들겠지만, 사람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명을 따르는 새 하늘 새 땅이 반드시 올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것은 2000년 전 예수님께서 십자가 사명을 완수하시며 당신이 먼저 꾸었던 꿈과 희망과 믿음이기도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