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치매 걸린 어머니가 미워요

namsarang 2009. 8. 14. 21:40

아! 어쩌나? (16)

치매 걸린 어머니가 미워요




Q1. 치매걸린 어머니가 미워요
 저희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신지 몇 해 됐습니다. 건강하실 때는 아주 깔끔한 분이셨는데 치매에 걸리고 나니 아주 달라지셔서 힘듭니다. 더 힘든 것은 날이 갈수록 제 마음이 포악해져 견디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어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 제 자신에게 놀라기도 합니다. 이런 고민을 신자분에게 털어놨더니 믿음이 약해 마귀 들린 것이라고 더 기도를 많이 하고 더 정성을 다해 보살피라고 하는데 정말 힘이 듭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A. 자매님은 마귀 들린 것이 아니고 믿음이 약한 것도 아닙니다. 몇 해 동안 힘든데도 치매 걸린 어머니를 돌봐온 자매님은 누가 뭐래도 효녀입니다. 단지 오랫동안 병간호를 하면서 지쳤을 뿐입니다.
 
 현대 영성심리에서는 병자를 수발하느라 혹은 오랫동안 봉사하느라 지친 사람을 절대 질책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매님 같은 분을 '불효자'라거나 '믿음이 약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질책하게 되면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질책을 받으면 자책감이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해서 생긴 불편한 감정은 다시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무의식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심리적 연옥에 빠졌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사람의 마음과 의지는 그리 강한 편이 아니어서 장기간의 병간호는 누구나 지치게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때에는 쉬엄쉬엄 지치지 않게 자신을 잘 돌보라고 조언해야 합니다.
 
 마음이건 몸이건 지치면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르는 게 일반 사람들 삶입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단순히 지쳐서 떠오르는 것이지 믿음이 약하거나 마귀가 들리거나 심성이 고약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은 비난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가진 한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자매님께서는 가끔 바람을 쐬거나 기분전환을 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특히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마음이건 몸이건 무너져 병이 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강의에서 이런 요지의 말씀을 드렸더니 어떤 분이 이의를 제기하시더군요. 자기가 아는 어느 양로원 봉사자들은 평생을 그런 노인들을 모시고 사는데 그깟 몇 년을 참지 못하느냐고요.
 
 그래서 그분에게 제가 아는 수녀님들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수녀님 중에 치매노인들을 돌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분들의 아침 일과는 노인분들이 배설하신 것을 치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얼굴을 찌푸리지도 않고 배설물을 황금이라고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치우는 것입니다.
 
 감탄한 저는 어떻게 그런 마음으로 사시는가 물었더니 수녀님들 말씀하기를 "만약 이 분들이 남이 아니고 제 부모님이었다면 못했을 것"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때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집안에서 살림하는 것과 복지시설에 가서 봉사할 때의 마음가짐이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그런 차이점이 우리 삶 어디에서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자기 가족을 돌보면서 지치신 분들은 자신을 절대로 질책하거나 자책하지 마시고 무조건 기분전환을 통해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래야 자신도 살고 병자도 살 것입니다.
 


Q2. 남편은 머리가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세상을 보는 눈이 늘 냉소적이어서 걱정입니다. 워낙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하는 말이 다 맞는가보다 했는데, 같이 살다 보니 피곤함이 느껴집니다.

A. 마음이 답답하시겠습니다. 대개 냉소주의자들은 다른 사람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자기보다 머리가 더 좋은 사람은 없다는 우월감 때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고 할 얘기는 해줘야 합니다. 냉소주의자들에 대해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말을 했다지요.
 
 '냉소주의자는 모든 것의 값어치를 알면서 그 어떤 것의 가치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이죠. 냉소주의에 빠진 사람들 마음 안에는 허무주의와 무력감, 분노 등의 감정으로 가득합니다. 특히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무력감은 자기가 원하는 것의 가치를 파괴해 버림으로써 더는 욕망을 갖지 않게 만듭니다.
 
 그리고 현실로부터 한 발 떨어진 방관자가 돼 모든 것을 비웃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서 밥맛 없는 사람, 정떨어지는 사람, 재수 없는 사람이란 소리를 듣게 되고 따돌림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매님이 남편을 변화시키기는 어렵고, 자매님이 냉소적이 되지 않도록 삶의 맛을 느끼고 표현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명할 듯합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doban87@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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