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나눔의 어려움

namsarang 2009. 7. 19. 22:37

[아? 어쩌나!] (13)

나눔의 어려움




Q1. 교회에서는 다른 이에게 가진 것을 나누라고 가르칩니다. 가끔 성당에서 불우이웃돕기 바자를 할 때 필요 없는 것은 나눠야지 하면서도 막상 물건을 내놓으려면 아깝다는 생각에 선뜻 내놓지 못합니다. 제가 인색한 것인가요. 바자 날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A.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우리는 나누는 삶을 배웠습니다. 마태오 복음 25장 31-46절을 보면, 최후 심판 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나누는 삶을 살았는가"하는 것을 물으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습니까"하는 사람들에게, "형제 중에 가장 작은 이에게 해준 것이 바로 당신에게 해준 것이다"고 말씀하시면서 나눔을 강조하시는 주님 가르침은 교회 영성의 주된 흐름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나눔의 삶이 절대 쉬운 게 아니어서 착하고 여린 신자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를 주기도 합니다. 나눔의 삶이 어려운 이유 중 첫째가는 것은 나눔의 삶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진 다음에 가능한 것이라서 그렇습니다.
 
 심리적 배고픔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쫓기며 사는 이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성장과정에서 불행하게 자란 사람이나 배고픔과 쪼들림에 시달리며 성장한 사람은 다른 이에게 나누는 것을 무의식이 거부하기에 나눔의 삶을 살기 어렵습니다. 그렇더라도 자기 자신을 질책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자칫 종교적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신자가 젊은 본당신부에게 자기 괴로움을 호소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참 몹쓸 인간입니다. 저는 친구가 보증을 서달라고 할 때 서주지 않았고, 돈을 빌려 달라 할 때도 액수가 너무 커서 불안한 생각에 빌려주지 못했습니다. 저는 못된 인간입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젊은 신부가 말하기를 "신자가 그럴 수가 있느냐, 당장 그를 찾아가 사과하고 돈도 빌려주며, 보증도 서주라"고 호통을 쳤답니다. 그 바람에 얼굴이 빨개져서 나올 수밖에 없었답니다.
 
 고민을 거듭하다 이번엔 옆 본당 할아버지 신부님에게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그 할아버지 신부님이 이렇게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 젊은 신부가 내 돈 빌려가서 안 갚은 지 일 년이 지났는데 미안하단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있어요. 다음에 또 그딴 소리 하거든 당장 내 돈 먼저 갚으라고 전하시오"하고는 "형제님 행색을 보니 남 돈 빌려줄 처지가 안 되는 듯하니 자기 것이나 잘 챙기시고 그냥 그대로 사시오."
 
 나누는 삶은 꼭 물질적인 나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 해주는 것, 어려운 이웃의 하소연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것, 힘든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 모든 것이 나눔의 실천이고 어떤 면에서는 돈 몇 푼 주는 행위보다 이런 나눔의 삶이 훨씬 가치 있는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Q2. 삼십 대 중반 남자입니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가장 당차고 힘차게 살아갈 때인데 술만 마시면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려 사람들이 '울보', '징징이'라고 핀잔을 줍니다. 울고 싶지 않은데 절제가 안 되네요. 요즘은 술을 안 마셔도 눈물이 나서 당황하기도 합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 중 가장 절묘한 것이 눈물이라고 합니다. 원하지 않는 눈물이 나는 것은 내 안의 내재아 때문입니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수많은 상처를 입습니다. 이것을 일컬어 '한 맺힘'이라고도 하는데, 한이 잘 풀리지 않은 사람은 시도때도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이런 때는 절대 자신을 야단쳐서는 안 됩니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우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마당에 주저앉아 목놓아 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부모님께서 심하게 야단을 쳐서 울음을 삼키며 자란 아이는 병적인 어른으로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병적인 마음이 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은 우는 것을 보면 질색을 하며, 강한 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사내대장부가 울기는 왜 울어'하는 남자나, 남편 우는 모습을 보면서 '남자가 저까짓 일을 갖고 왜 울까'하고 비아냥거리는 부인은 대부분 어린 시절 울다가 부모님께 호되게 야단맞은 경험을 가진 분들입니다.
 
 살아가면서 까닭 모를 서러움이 올라오면 십자가를 부여잡거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혹은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하면서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우십시오. 그래야 마음 안에서 질척거리는 '눈물의 한'이 해소되고 마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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