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2009. 07. 05발행 [1026호]
Q1.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
저는 교회에서 얘기하는 사랑이란 개념에 대해 여러 의문이 듭니다. 특히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감조차 느끼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왠지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정말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A. 형제님의 질문을 보면서 형제님 성장 과정에서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혹은 주위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보지 못한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군요. 사랑은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은 '감성'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감성인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되물을 수 있겠지만, 사람은 감성적 존재이기에 중요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상당히 이성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제한된 범위에서만 이성적이고, 많은 경우 외부에서 오는 정보를 자신의 감정에 따라서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한 감성적 존재입니다. 즉, 우리의 모든 선택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성적 이데올로기보다도 '사랑의 힘'이 더 강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데올로기나 어떠한 체계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Q2. 내 몸같이 이웃 사랑하기
주님께서는 이웃 사랑하기를 내 몸같이 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지금까지 그런 사랑의 실천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신자가 될 자격이 부족한가요?
A. 가끔 이런 문제로 상담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다른 사람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사람 마음이 그리 단순치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아주 복잡 미묘한 구조와 여러 콤플렉스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입은 아물지 않은 수많은 상처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특히 미운 사람에게는 절대로 온전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이해하려 하거나 사랑하려 애썼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 온전한 마음으로 사랑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것은 자칫 병적 자책감으로 자신을 몰아갈 위험이 큽니다. 그럼 주님께서는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당시 사람들이 지나치게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리사이인들은 자기애적 고착상태가 심했기에 그들의 문제를 직면시키기 위해 사랑의 가장 이상적 상태에 대해 강조하신 것입니다.
Q3. 사랑과 집착
새로 오신 보좌신부님이 너무 좋아 영적으로 사랑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을 전하려고 옷을 사드렸는데 제 옷은 입지 않으시고 가까이 가면 왠지 피하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의 순수한 마음을 몰라주는 듯해 섭섭합니다. 보좌신부님에게 저의 진심을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자매님 마음이 많이 섭섭하겠습니다. 그런데 자매님이 가진 사랑의 감정이 집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고 호감을 사는 것이지만, 집착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매님이 아무리 마음이 순수하고 영적 사랑으로 보좌신부님을 가까이하고 싶다고 해도 신부님이 불편해 한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진정 보좌신부님을 사랑하신다면 그냥 멀리서 기도만 해 드리시길 바랍니다.
Q4. 미운 사람 사랑하기
미운 사람 사랑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신자라면 미운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는 왜 그리도 미운 사람을 사랑하기가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A. 이런 경우 미워할 사람이 있으면 미워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미워하는 것은 사랑하기 위한 '치료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실컷 미워하고 나면, 그래서 마음 안에서 미움이란 감정을 털어내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자기도 모르게 미운 상대에 대한 감정의 변화가 오게 됩니다.
영성심리학에서는 '누군가를 미워할 줄 아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누군가가 미울 때마다 이 말을 기억한다면 자신을 자책해 더 큰 미움을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세상 자체가 불완전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공상 속에서 생각하는 완전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불완전한 채 기우뚱거리는 사랑을 하면서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 삶 자체가 주님 보시기에 좋은, '사랑의 삶'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