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10지구장 겸 오금동본당 주임)
대부분 신자들과는 달리 가끔은 믿음이 부족한 신자를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체 안에 예수님이 정말 실재하시는 것일까? 의심쩍어하고 자신의 불신앙에 괴로워합니다. 이들에게 오늘 예수님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그런데 이 말씀을 들은 유다인들은 이렇게 서로 따집니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요한 6,52)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시지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53). 예수님께서는 성체가 당신의 몸임을 명명백백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대로 신자들은 초대 교회 때부터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라는 것을 확신하며 모셔왔습니다. 그러므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는 말씀처럼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도 없고 또 거기에서 나오는 힘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프랑스 혁명 때 일입니다. 혁명이 일어나자 여기저기에서 많은 범죄가 덩달아 기승을 부렸는데, 1793년 폭풍이 사납게 몰아치는 어느 날 한 프랑스 군대가 시골 어느 작은 성당으로 난입을 했습니다. 들고 있던 무기와 여러 가지 짐꾸러미들을 성당 여기저기에 내동댕이치고 군인들은 마치 그 곳이 술집이나 되는 것처럼 마음대로 행동을 했습니다.
"나가서 술 좀 가져와라." 한 군인이 부하에게 명령을 하자 옆에 있던 군인도 소리 질렀습니다. "잔도 가져와."
어디서 났는지 큰 포도주 통이 하나 들어오자 잔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던 군인이 벌떡 일어나서 성당 제단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감실문을 쳐부수고 성합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그 안에 담겨있던 성체를 모조리 바닥에 쏟아버리고 포도주 통으로 가서 성합에 술을 가득 채우려고 허리를 숙였습니다.
그러나 그 군인은 술을 채우기도 전에 갑자기 쓰러졌고 그 길로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갑작스런 일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달려왔지요. 그 군인은 뻣뻣해진 손으로 성합을 꼭 움켜쥔 채 죽어 있었습니다. 다른 군인들이 그의 손에서 성합을 빼내려고 애썼지만 빼낼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힘을 써도 안 되자 할 수 없이 그 성당 신부를 잡아왔고 신부가 와서야 죽은 군인 손에서 성합을 빼낼 수가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본 군인들은 너무나 놀랍고 무서워서 그 길로 성당을 빠져나와 도망을 치고 말았다고 합니다.
예수님을 믿지 못하고 성체를 모독하는 이런 행동은 하느님 진노를 살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반면에 예수님께서 성체 안에 계심을 믿고 확신하는 사람은 주님 안에서 살고 그에게는 놀라운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마더 데레사가 우리나라에 오셨을 때 일입니다. 그 때 마더 데레사는 무척 연로하셨지요. 연세 많으신 분이 그 노구에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가난한 곳을 방문하는 등 한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이를 지켜본 기자가 놀라서 그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십니까? 지치지도 않으십니까?" 마더 데레사의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힘으로 삽니다. 아침 미사 때 성체를 모시고 하느님의 힘으로 사는데 제가 어찌 지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성체를 모시는 사람은 그 힘으로 살고 그 분의 삶을 드러냅니다. 우리 안에 오시는 예수님께 감사드리며 그분의 마음으로 사는 한 주간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