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속된 욕심이 자녀들 신앙에 심각한 해가 됩니다

namsarang 2009. 9. 13. 11:04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4주일

 

속된 욕심이 자녀들 신앙에 심각한 해가 됩니다


                                                             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10지구장 겸 오금동본당 주임)


   열심한 신자들 중에 상당수가 자식이나 남편, 또는 친척 가운데 냉담하는 사람이 있어 여간 고민이 아니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초등학생 때는 성당에서 복사를 하고, 청년 시절에는 주일학교 교사를 하는 등 너무 열심히 활동을 해서 걱정이었는데, 사회인이 된 지금은 성당에 나가라고 아무리 권유를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난감한 표정으로 물어옵니다.

 그럼 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까?

 그 시절에는 공부하랴, 사회생활에 적응하랴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신부나 수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같은 나이에 가장 열심히 기도하고 수련하면서 성직자가 되고 수도자가 되는 시기입니다. 냉담을 하거나 혹은 반대로 신앙에 전적으로 투신하는 것은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나이와는 크게 상관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의 냉담 이유는 대부분 지나치게 세속적인 부모 욕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 관심사가 신앙보다는 학업과 출세에 집중돼 있다보니 공부가 중요한 중고등학교 시절에 신앙생활을 소홀히 한데서 냉담의 싹이 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한 번 하느님을 믿었다고 신앙이 계속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고등학교와 사회적응 시절은 공부 못지않게 신앙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열심히 공부하며 지혜를 찾고, 하느님 안에서 은총을 간구하면서 그 시기를 이겨내야 삶과 신앙이 조화를 이루는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현명하게 자식을 키워 신앙생활과 사회적 출세 모든 면에서 성공을 거둔 부모도 많지만, 조급한 마음에 공부 먼저하고 나중에 신앙을 생각하는 유혹에 빠져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나쁜 결과를 얻는 부모도 많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보십시오. 베드로 사도는 수제자로서 예수님에게서 깊은 신임을 받던 사람입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르 8,29)

 예수님의 이 질문에 베드로는 수제자답게 나서서 정답을 이야기합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당신을 알아보는 제자를 향해 예수님께서는 극찬과 동시에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명백하게 밝히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야 한다."

 이 말씀을 들은 베드로는 예수님을 붙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펄쩍 뜁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명쾌하게 대답한 지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은 순간이지요.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이렇게 베드로는 예수님께 호된 꾸지람을 듣습니다. 예수님께 극찬을 받은 베드로였지만 하느님 일보다는 사람 일만을 우선으로 생각한 순간 사탄으로 전락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냉담하게 되는 많은 경우는 이렇게 사람의 일만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감수성이 한참 예민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때보다도 신앙적으로 잘 돌보고 가꾸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신앙은 뒷전으로 미루고 세상 일에만 관심을 가지며 살았기에 바로 냉담이라는 고민거리가 생겨난 것입니다.

 자녀들의 학창시절과 결혼, 사회진출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부모는 자녀들이 이 시기에 하느님 안에서 기도하고 노력해 축복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마르 8,33)하신 예수님 꾸짖음이 요즘 부모들에게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함께 묵상하고 싶은 복음입니다.

 그렇다고 절망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 몸에 밴 신앙은 기도와 노력을 통해 때가 되면 다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