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해준 것

namsarang 2009. 9. 29. 22:33

[사목일기]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해준 것


                                                                                임용환 신부(서울 삼양동선교본당 주임)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 40).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는 책을 많이 사다 주셨다. 최초의 기억 속 동화는 한국 전래 동화 중 호랑이와 곶감에 대한 이야기다. 호랑이가 온다고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은 아이에게 곶감을 주자 울음을 그치는 것을 보고 호랑이가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이 있구나 하고 도망갔다는 이야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가장 무서워할까? 혹시 정말 무서워해야 할 것은 무서워하지 않고, 무서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무서워하는 것은 아닐까?

 해마다 이맘때면 극장에서, TV에서 공포물이 등장한다. 역시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식 공포영화가 제격(?)이다. 그리고 그것은 꼭 죽음과 연관돼 있다. 죽어서도 편안히 잠 못 드는 영혼은 언제나 공포 대상이다. 지금 내 자신이 죽음을 맞는다면 과연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어떤 한이 남아 있다면 무엇일까?

 며칠 전에도 세상을 떠나신 분의 장례미사가 있었고, 복음은 언제나 같이 위의 성경구절, 최후의 심판 이야기이다. 그런데 가장 작은 이에게 해준 것이 바로 예수님께 해 준 것이라니! 예수님은 가장 작은 이와 자신을 동일시 하셨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분명한 말씀이다.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가장 작은 이에게 베풀면, 이는 곧 예수님께 베푼 것이고, 그렇게 살면 죽어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해석도 설명도 필요 없이 분명하면서도 단순명료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쉽고 분명해서 당혹스러울 정도다. '신앙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많은가'도 아니고 '기도를 얼마나 많이 했는가'도, '성당에 얼마나 열심히 다녔는가'도 아니다.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보살폈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면서 경계해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도와주었는가' 하는 것일 텐데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것 보다는 돈이나 물질적인 어떤 것을 잃거나 갖지 못하는 것을 더 무서워하는 것 같다.

 죽음을 앞두고 가장 생각나는 것은 '자신이 무슨 업적을 얼마나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살아오면서 얼마나 사랑을 하면서 살았는가' 라고 한다.

 살아가면서 일보다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라고 늘 되뇌이면서도 지내다보면 사람보다도 일이나 성과, 업적을 먼저 생각하고 기준으로 삼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특히 작은 이들을 상대할 때 더 그런 것 같다. 작은 이들 안에서 예수님을 발견한다면 신앙은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베푸는 것이라는 것을 알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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