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모 신부(안동교구 신기동본당 주임)
시골 본당이 비슷하겠지만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성인 교우라고 해봐야 고작 100여 명 정도인 우리 본당도 거의 대부분이 고령의 교우들이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려고 "60살 이상 제대 앞으로 나오세요" 하니 교우 거의 대부분(?)이 앞으로 나온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65살 이상 나오세요" 하자 그래도 꽃 달아드릴 사람이 너무 부족해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70살 이상 앞으로 나오시라고 한다. 이렇게 해야 겨우 수요와 공급이 대충 맞다.
이 연세 많은 교우 대부분은 구(舊)교우들이다. 기본적으로 세례받은지 적어도 30년씩은 된 분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드러나게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이 분들 몸과 마음 안에 내장돼 있는 끈끈한 신앙의 깊이는 젊은 사람들 그것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한 할머니는 고해성사 때 이렇게 얘기한다.
"신부님, 지난 번 성사 보고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노력해 보지만 2주만 지나면 또 다른 사람들 흉을 보고 욕을 합니다."
그러면 본당신부는 퍼뜩 이런 생각이 든다.
"할매, 2주가 어디예요? 그만하면 대단하십니다."
기도를 자주 빠트려 신자로서 도리를 다 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다른 할머니는 "신부님, 그래도 지난 번보다는 기도 궐하기를 덜했습니다"라고 하신다. 이 분들은 지난 번 고백을 하고 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바뀌어 보려고 열심히 노력들을 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분들 고백을 들으면서 "아, 이게 바로 제대로 된 고해성사의 자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습관적으로 성사 보고 고해소를 빠져 나오면 또다시 옛날 모습으로 금방 회귀해 버리는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르신들은 자주 이런 말씀들을 한다. "아이고~ 하느님이 왜 나를 빨리 데려가지 않으시는지… 아무리 기도해도 영 들어주시지 않네요… 이 쓸모없는 인생…" "할머니, 하느님에게 쓸모없는 인생은 없어요"라고 아무리 설명해 드려도 가정과 교회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당신들의 지금 인생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신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분들 인생을 귀하게 여기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는 고해소를 나가면서 넋두리 같은 소리를 하신다. "아이고~ 신부님이라도 건강하세요…."
본당신부를 아끼는 그분들 염려와 기도를 가슴으로 느낀다. 연세 높은 교우들이 많은 시골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는 젊은 본당신부는 이래저래 신앙과 인생을 배우며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