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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글로 춤도 춘다

namsarang 2009. 11. 25. 23:30

[편집자에게]

우리는 한글로 춤도 춘다

  • 이만주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연구분석위원
이만주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연구분석위원

언제부턴가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는 '세상을 담는 아름다운 그릇, 한글'이라는 표어가 걸려 있다. 외국의 어느 언어학자가 그 빼어남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한글은 글자 문화의 사치'라 일컬었다는 한글로 인해 우리는 겨레의 흥성을 이루었다.

우리는 우리 글자 한글로 춤도 춘다. 자기네 글자로 춤을 추는 나라. 그 얼마나 멋진가. 나에게 한글 글꼴 중 어느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느냐 묻는다면 한양대학교 이숙재 교수가 안무하는 한글춤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지난 10월 13일과 14일, 563돌 한글날을 맞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졌던 밀물무용단의 100회째 한글춤 공연 '훈민정음 보물찾기'는 스무 해의 연륜 때문이었던지 한층 더 완성도가 높았다. 이숙재는 1980년대 초 뉴욕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다가 우리 것을 찾아야 진정으로 가치 있는 예술이 됨을 깨닫고 독창적인 우리 문화의 한가운데에 한글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귀국 후 1991년, 마침내 긴 숙성기간을 거친 첫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그 후 20여년 동안 매년 한글날을 전후해 한글춤을 서울에서 펼쳤고 지방 순회와 미국·일본·칠레·우즈베키스탄 공연을 합쳐 100회째 막을 올리며 한글춤은 그녀 '필생의 춤'이 되었다.

미국·프랑스·일본·호주·브라질·파라과이·우즈베키스탄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했고 파리 7대학을 비롯하여 세계에 한국어과가 개설된 학교가 640여개, 한글학교가 2000개이다. 2009년 세계에서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18만명에 이른다. 유네스코는 1997년 훈민정음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1990년부터 매년 9월 8일이면 파리에서 문맹퇴치에 공헌한 세계의 NGO와 개인에게 '세종대왕문해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주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 교수는 20여년째 우리보다 한글날을 더 기린다. 미국의 하버드를 비롯한 명문 대학교들은 한국학이 만만치 않다. 파리와 그 대학들이 있는 도시에서 한글춤 순회공연으로 한류 붐을 시도해 봄은 어떨까? 당장 12월 한국을 방문한다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대표들에게 한글춤을 보여주자. 얼마나 신비스러워하겠는가.

21세기와 더불어 한류의 물결이 인다. 그러나 한류 중에서도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고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공연예술 작품은 한글을 밑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굴기를 내세우는 중국은 국가 브랜드화하고 싶은 1개 공연예술 작품에 이미 정책적으로 수백억의 돈을 쓴다. 우리도 한글로 한류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브랜드 작품을 만들면 건강까지 극도로 해쳐가며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께서 천상에서 더욱 기뻐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