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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김연아의 실수에 안타까워했고, 실수원인이 무엇인지에 궁금해 하고 있다. 김연아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졌다. 체력저하도 있었다. 국민적인 부담감을 떨쳐내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학업으로 치면 항상 전교 1등하는 아이가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조금 부진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에서 그녀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지난 시험보다 몇 문제 더 틀렸을 뿐, 여전히 전교 1등인데, 우리 학부모들은 '국민의 딸' 김연아에게 축하한다는 말에 앞서 더 많은 것을 무리하게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시각이다.
사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어느 시점부터 은연중에 김연아가 쇼트 프리 총점 200점을 항상 넘어주길 바랐고, 덤으로 세계신기록까지 갱신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여자 싱글 200점 돌파는 매우 어려운 일임에도 말이다.
기본적으로 여자 피겨에서 200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쇼트와 프리에서 클린 혹은 각각 단 한 번 정도의 실수 정도만 허용할 뿐이다. 전교 1등하는 모범생도 매 시험마다 전 과목 만점을 받기는 힘들다.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한 네티즌은 최근 국내 모 인터넷 게시판 사이트 '피겨 갤러리'에 김연아의 사진을 게재했다.
아이디 'ded'는 제목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연아"라는 글에서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앞두고 대기실 복도에 앉아 정신 집중하는 방송중계화면사진을 올려놓았다.
한 네티즌은 이 장면에 대해 "(대기실 복도에) 혼자 있는 연아의 고독함, 쓸쓸함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면서 "결국 빙판 위에서의 외로움은 스스로가 극복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연아는 겨우 열아홉 소녀인데…친구들이랑 방실방실 웃으면서 놀아야할 나이인데…나라전체가 연아에게 너무 많은 부담감을 주는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하다. 그래도 연아 말대로 이게 운명이라면 그냥 즐겼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사진을 본 다른 네티즌들도 김연아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아이디 'ㅠ.ㅠ'는 "연아 발밑에 놓인 휴지상자, 물병, 날 집…화려해 보이는 피겨여왕 뒤의 애환 같아 씁쓸하다."
아이디 'ㅠ'는 "군중속의 고독이 저런 것일까?"
아이디 '미떼'는 "한창 친구들과 놀러 다닐 나이인데 큰 짐을 지워준 것만 같아서 미안하다"
아이디 '퀸뽀레버'는 "스쳐가듯 보여준 이 방송화면 왜 그렇게 마음에 걸리던지…연아는 지금껏 늘 저렇게 혼자 부담감과 싸워왔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나라 전체가 김연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우리가 김연아에게 거는 큰 기대가 김연아에게는 큰 압박감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김연아가 들고 있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도와주어야 한다.
김연아를 따라다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수식어가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게, 그녀의 실수도 안타깝고 아깝다는 시선보다는 사랑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침체된 김연아의 기운을 북돋워 주자.
설사 김연아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하더라도 우리는 김연아가 정말 바라는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는 꿈"을 실현하게 도와주자.
이충민 SBS U포터 http://uporter.sbs.co.kr/jkghdf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송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