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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결코 속일 수 없다

namsarang 2009. 12. 9. 23:02

[편집자에게]

역사는 결코 속일 수 없다

  • 신용철·경희대 명예교수

 

신용철.경희대 명예교수

 

12월 2일자 A33면 '대한민국 제1호-공산당이 싫어요, 진실게임 종지부' 기사는 지난 1968년 12월 9일 '무장공비의 이승복 일가 참살사건'이 일어난 41년 전으로 돌아가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날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의 참사에서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의 초등학교 2학년이던 이승복(9)군과 그의 동생 승수(7), 승자(4)와 어머니 주씨가 무참히 살해됐고, 형 학관(15)은 부상으로 겨우 죽음을 모면했다. "북한이 좋으냐, 남한이 좋으냐?"는, 어린아이가 대답할 수 없는 위협적인 조건을 단 무장공비의 질문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우회적이지만 핵심적으로 대답한 이승복군이 입이 찢겨 무참히 살해된 사건에 대해 온 국민들은 매우 분노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24년이 지난 1992년에 '조작 날조의 오보'라는 때아닌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미디어오늘 前 편집장 김종배씨가 "조선일보의 기자가 현장에 없었고, 승복군 형을 만나지 않았다"며 "조선일보의 보도는 추측과 문장력으로 쓴 작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998년 '오보전시회'를 열고 조선일보가 반공구호를 만들기 위해 소설을 썼다는 허위 주장을 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억지 주장은 2006년 형사재판 최종심에서 "조선일보의 보도가 사실"임이 인정되어 김주언씨의 유죄를 확정하고, 2009년 2월 민사재판에서도 김씨는 조선일보에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불과 41년 전에 일어났던 '이승복 사건의 진위 논쟁'을 보면서 우리는 지난 세기 41년간(1904~1945)의 역사인물 평가 중 '친일파사전' 왜곡논쟁의 심한 비판과 파동을 생각한다. 이승복 사건을 말살하려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것처럼, 친일파사전의 잘못된 역사인물 평가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역사를 지키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침묵하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깨어 있는 정신으로 왜곡을 감시하고 바로잡으려는 확고하고 부단한 노력으로서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승복 사건'은 1960년대 북한 도발의 산 역사인 동시에, 역사적 사실을 왜곡 말살하려는 세력들에 대한 경고로서의 교훈임을 우리에게 말해 준다.

9일 진부면 이승복기념관에서 열리는 추모식에는 1968년 무장공비의 한 사람인 김모씨가 79세의 노인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이는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김씨와 그 시대를 생각하는 우리 모두에게 실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이것은 역사를 조작하거나 말살 왜곡하려는 사람들에게 역사는 결코 속일 수 없으며, 그 결과는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