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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전쟁' 대한민국의 대반격

namsarang 2009. 12. 10. 23:16

'특허 전쟁' 대한민국의 대반격

"쌓아놓은 특허 내년부터 힘 발휘"
삼성·LG전자 등 먼저 소송 걸어 특허출원 세계4위… 수출도 급증

대전 유성구에 자리 잡은 국내 최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요즘 세계적 휴대전화 업체 특허담당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연구원이 지난 7월 세계 17개 주요 통신단말기 업체에 특허소송을 제기하자, 소송보다는 타협을 원하는 기업들의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 이미 대만 한 업체가 특허사용료로 900만달러를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연구원이 특허를 가진 이동통신(WCDMA)용 절전 기술은 모든 기업이 사용하는 업계 표준이다. 연구원 신정혁 지식재산팀장은 "CDMA 기술을 공동개발한 대가로 미국 퀄컴에서 받은 돈(3182억원)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측은 "소송결과를 봐야 하지만 퀄컴에서 받은 돈의 2배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제 특허전쟁, 반격 시작한 한국

국제 특허전쟁에서 일방적으로 당해왔던 한국이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2007년 일본 샤프삼성전자가 LCD의 구조·동작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LCD를 측면에서도 잘 볼 수 있게 하는 특허기술을 샤프가 무단사용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소송전은 팽팽했다. 양쪽 모두 특허침해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전세가 삼성전자에 기울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삼성전자는 샤프 특허와 다른 방식의 독자개발한 구조·동작 기술을 적용해 LCD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샤프가 LCD 구조·동작 기술을 침해했다며 새로운 소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공세로 전환한 이유는 전쟁에 쓸 강력한 첨단무기가 창고에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이후 미국 특허 등록건수에서 IBM에 이어 3년 연속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동근 수석은 "쌓아 놓은 특허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특허는 등록하고 3~5년이 지나야 효력이 나타난다. 특허를 적용해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특허 '리드 타임'(lead time)이다. 이 수석은 "2015년 특허로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이 같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올 10월 9일 LG전자와 미국 월풀이 벌인 냉장고 특허 분쟁에서 LG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월풀은 얼음을 얼음통으로 옮기는 기술을 LG전자가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ITC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최대 가전업체가 안방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또 LG전자는 10월 8일 월풀이 냉장실에서도 얼음을 만드는 기술을 침해했다며 오히려 미국 뉴저지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 특허센터 전생규 상무는 "특허 소송에 걸리면 돈을 주고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2006년 미국에서 1000개의 특허를 받은 LG전자는 올해 약 1500건의 특허를 받을 전망이다. 먼저 특허소송을 거는 일도 많아졌다. 2006년 총 10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7년 그 숫자는 12건, 2008년엔 13건으로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 제소건수는 총 15건이다.

바이오기술에서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순천대 나재운 박사와 바이오업체 키토라이프는 4일 공동개발한 항암제 기술을 인도 의약업체인 케이랩(K-Lab)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수출 규모는 1300억원으로 국내 바이오 기술 수출료 가운데 최대 액수다.

특허사용권 수출 급증, 국제 특허 출원 세계 4위

특허 무역수지도 좋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2008년 '특허사용권' 수출은 3억7460만달러로 전년 대비 43.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특허사용권 수입은 전년보다 10.4% 감소한 19억8510만달러. 아직 수입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고 있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9월까지 특허사용권과 저작권·소프트웨어판매·상품권 사용료를 합친 '특허 등 사용료' 수출이 작년보다 17.7% 증가(19억6816만달러)했다고 밝혔다. 국제특허 출원도 급증세다. 1997년 288건에 불과했던 국제특허 출원건수가 작년 7908건까지 늘었다. 미국·일본·독일 다음 세계 4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흥남 원장은 "최근 국제 특허 출원 숫자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나라가 한국"이라며 "이제 그 과실을 수확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1위 한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