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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뚝배기·김치찌개, 불난 데 기름 붓는 셈

namsarang 2009. 12. 9. 23:19

펄펄 끓는 뚝배기·김치찌개, 불난 데 기름 붓는 셈

연말 '폭음의 계절'… 해장의 과학
속 풀리는 느낌만 줄 뿐 손상된 위에 더 큰 부담 기름진 음식도 소화 방해

 
연말이 다가오면서, 저녁마다 이어지는 술자리로 쓰린 속을 풀려는 직장인들로 해장국집과 김치찌개집은 문전성시다. 그런데 과음 후 흔히 먹는 맵고 뜨거운 김치찌개는 의학적으로는 '최악의 해장 음식'이다. 알코올로 손상된 위 점막에 또 자극을 줘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기 때문이다. 해장 메뉴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라면도 곤란하다. 몸 안에 남아 있는 알코올을 해독하느라 바쁜 간에게 합성조미료, 식품첨가물 등을 '해독'하라는 짐을 얹는 꼴이기 때문이다. '선짓국 뚝배기'는 조금 억울하다. 선지 자체는 알코올 배출을 돕는 미네랄과 간 해독을 돕는 아미노산이 풍부하지만, 양념을 듬뿍 넣은 선지해장국은 맵고, 짜고, 뜨거워서 위가 더 상할 수 있다. 어떻게 해장을 해야 밤새 알코올의 공격을 받은 소화기관을 보호하며 속풀이를 할 수 있을까?

▲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에는 해장할 기회도 많아진다. 실제로 해장에 좋은 음식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김치찌개, 라면류 등과 다르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해장은 '알코올로 위축된 위장 정상화 과정'

해장을 하면 속이 풀리는 원리는 무엇일까? 우선, 음주 뒤 위장은 위산과다에 알코올 대사산물인 아세트산까지 더해져 심한 산성 상태가 되서 속 쓰림 증상을 일으키는데, 해장 음식은 위산을 중화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동시에 빈 속에 음식이 들어가면 소화 작용이 시작되면서 '정지 상태'이던 위장의 운동이 정상화된다. 또, 술을 마시면 위식도 괄약근 압력이 떨어져서 구토감이 드는데, 음식을 먹으면 위식도 괄약근 압력이 정상화돼 구토감이 사라진다. 여기에 몸이 뜨끈해지고 땀이 나면서 '속이 풀리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자극 적은 알칼리성 음식으로 조금만 먹어야


술 마신 다음날 몸 전체의 기운은 떨어진 상태지만 위와 간은 전날 마신 술을 해독하느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해장은 이런 상황인 소화기관에 추가로 주는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영양 공급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맵고 짜고 뜨겁지 않으면서 영양 성분을 고루 갖춘 음식을 조금 먹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미역·해조류 등 칼슘과 철이 많이 함유된 알칼리성 음식이 좋다.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은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켜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그렇다고 해장할 때 지방이 섞여 있는 고기를 먹으면 소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콩, 두부 등 가벼운 식물성 단백질이 위에 부담을 덜 준다. 자장면 등으로 해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름진 음식은 소화가 더뎌 위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알코올 분해를 하는 간에 영양소를 빨리 공급하지 못하므로 해장에는 금물이다.

간은 전날 마신 술과 안주에 들어있는 여러가지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을 겪는다. 따라서 해장 음식은 합성 조미료, 식품 첨가물, 농약 등의 독성 물질이 없는 '자연 식재료'로 만든 것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침 꿀물은 차갑게 마셔야

인체가 알코올을 분해할 때 쓰는 원료는 '당'과 '수분'이다. 따라서 술을 마시면 일시적인 저혈당과 탈수 증세가 나타난다. 또, 알코올 분해에 사용된 수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갈 때 미네랄 같은 각종 전해질도 함께 배출된다. 따라서 아침에 눈을 떠서 마시는 해장 음료는 맹물보다 당과 전해질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 꿀물, 식혜, 과일주스, 이온음료 등이 좋다. 이런 음료는 차갑게 마셔야 위를 보호할 수 있다. 음주는 일종의 '화학 약품(알코올)'을 직접 위에 들이붓는 행위다. 알코올의 '공격'을 받은 위 점막은 화상을 입고, 벗겨지며, 궤양이 생기는데, 이런 '전쟁'을 치른 다음 날에는 차가운 음식이 위 점막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서는 시원한 꿀물이나 주스 등으로 위장 내 '이상 상황'을 달래고, 점심 때는 따뜻한 음식으로 소화기관의 운동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순서다. 타박상 등으로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 냉찜질을 먼저하고 부기가 빠지면 온찜질을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해장이라면 위와 간만 생각하기 쉽지만, 대장도 돌봐야 한다. 술의 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에 가장 취약한 장기가 대장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장 점막 세포 사이의 결합을 헐겁게하는데, 그러면 유해 세균이나 죽은 균이 만들어내는 독소가 헐거워진 점막 사이를 통과해 몸 안으로 침입한다. 유산균 발효유 등을 마시면 대장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김주성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기호 강남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 2009.12.08 16:16 입력 / 2009.12.08 16:18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