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G세대 한국인'

G(Global)세대 '대한민국 희망둥이'로 뜨다

namsarang 2010. 1. 1. 09:35

['G세대 한국인' 새 100년을 이끈다] [上]

G(Global)세대 '대한민국 희망둥이'로 뜨다

  • 특별취재팀
  • 입력 : 2010.01.01 03:09 / 수정 : 2010.01.01 03:15

시련을 이겨낸 100년을 지나… 새 100년을 이끄는 힘
"한국인이 자랑스러워요"
88올림픽 전후로 탄생 글로벌 경쟁력으로 무장 맑고 밝고 낙관적인 세대
'경술국치' 100년만에 "우린 뭐든지 할 수있다" 긍정의 힘으로 변화 주도
자신감 충만한 G세대, '한국사회 신뢰도'를 처음으로 긍정 평가
금기·좌절없이 커온 차세대 20대(代) 초반 사회 첫 발걸음
"한국국력 어느 정도냐"엔 20%가 "곧 세계5위권 진입"

하버드대 졸업생 이준석(25)씨는 2003년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뒤 대통령장학금을 받고 미국에 건너가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병역특례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근무하면서 3년째 자투리 시간을 쪼개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이라는 봉사단체를 이끌고 있다. 국내외 명문대 재학생 300여명이 소외계층 중학생 200여명에게 공짜로 수학·과학 과외를 해주는 모임이다.

그는 2007년 5월 서울과학고 동창생 10여명과 함께 배나사를 만들었다.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 나면서 컬럼비아대·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국내외 대학 학생들이 "나도 시간을 내겠다"는 이메일과 인터넷 쪽지를 속속 보내왔다.

이씨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골라 우리 또래에 알맞은 방식으로 해왔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 또래 젊은이들을 "걱정이 줄어든 세대, 하고 싶은 일이 많고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춘 세대"라고 정의했다.

"우리 또래는 의식주 걱정 크게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랐어요. 영어와 컴퓨터에 익숙하고 상상력과 창조력이 뛰어나요. 부모님 세대는 '고생 모르고 자라 시련에 약하다'고 걱정하시지만 안심하셔도 될 거예요. 한국의 미래요? 더 많이 발전하고, 위상도 높아질 겁니다. 우린 경쟁력 있어요."

새로운 인간형이 출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에 태어나 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항진한 2000년대에 성장한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한 해 63만~70만명씩 속속 성년에 접어들면서 지난 100년간 고단하게 전진해온 한국사회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910년 경술국치 후 한국은 망국의 폐허에 부강한 국가를 건설했다.

그 결과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해 'G20 의장국 대한민국'에서 20대가 된 이들이 바로 'G세대 한국인'이다.

지나간 100년(1910~2009년)이 망국을 극복하는 세월이었다면, 다가올 100년은 당당한 선진국으로 세계를 앞서나갈 세월이다. 이달부터 정식 출근하는 현대건설 신입사원들이 지난달 22일 사회봉사활동으로 창덕궁 청소를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귀가하고 있다.“ 새 100년은 우리의 것!”/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G세대는 집단적 가난을 체험하지 않은 첫 세대다. 압축성장 시대, 민주화 운동 시대를 몸으로 겪는 대신 교과서로 배웠다. 절반 이상이 20대 초반까지 최소한 한 번 이상 해외에 나갔고 수만명이 조기유학·단기연수 등을 통해 밀도 있게 글로벌 사회를 경험했다.

윗세대와 확연히 다른 G세대의 특징으로 전문가들은 '자신감'을 꼽았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정형일 교수는 "강대국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고 어떤 분야에서든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G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다. 본지 특별취재팀은 한국리서치를 통해 전국의 만20~24세 남녀 505명에게 "우리 사회가 매우 믿을 수 없다면 1점, 매우 믿을 수 있다면 10점을 줄 경우 당신은 몇 점을 주겠는가"라고 물었다.

고려대 이명진 교수가 2004년 386세대(1960~69년생), 탈냉전세대(1970~78년생), 월드컵세대(1979~85년생) 1000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응답자들은 각각 4.1점(386세대), 4.4점(탈냉전세대), 4.7점(월드컵세대)을 매겼다. 어린 세대로 갈수록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지만 전반적으로는 모든 세대가 부정적 평가에 머물렀다.

이와 달리 G세대 응답자들은 한국사회에 5점을 줬다. 한국사회가 자기부정의 에너지를 동력 삼아 전진하는 사회에서 자기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한 사회로 이행하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교수는 "집단적 빈곤과 독재를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386세대와 달리 G세대는 전반적으로 룰(rule)이 확립된 사회에서 성장했다"며 "이들은 더이상 한국사회를 '부정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G세대의 긍정적인 국가관은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도 잘 나타났다. 응답자 다섯 명 중 세 명(60%·489명 중 303명)이 발전·성장·민주화·기적·불굴·전진·격동 등 한국 현대사의 성취와 변화에 주목하는 낱말을 골랐다. '빛 좋은 개살구' '절망' 등 부정적인 낱말을 택한 응답자(18.2%·92명)는 적었다.

"'한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는 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G세대 응답자 과반수(53.3%)가 '동의한다'고 했다. '그저 그렇다'는 사람은 36%,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람은 10.7%에 그쳤다. 한국이 자랑스러운 이유로는 ▲2002년 월드컵(78명) ▲스포츠 강국(39명) ▲국민의 단합(37명) ▲정감있는 국민(33명) ▲외국이 한국을 인정할 때(26명) ▲경제발전(25명) ▲IT강국(25명) 등을 꼽았다.

"한국을 부끄럽게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 왜 그랬느냐"고 묻자 "한국인이 외국에서 예절과 공중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봤을 때"(94명)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강대국에 불리하게 당할 때"라는 응답, 다시 말해 실제로 우리 국력이 약해 서러웠다는 응답은 32명에 그쳤다. 오히려 "한국이 약소국을 차별할 때"라는 응답, 요컨대 한국이 '강자의 도덕'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이 18명이나 됐다.

G세대의 자기긍정은 앞날에 대한 낙관으로 이어졌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어느 정도에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G세대 응답자들은 20위권(40.4%), 30위권(19.8%), 10위권(18.6%) 순으로 대답했다. "같은 기준으로 따졌을 때 미래의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10위권(36.3%), 5위권(19.8%), 20위권(17.6%) 순으로 대답했다.

베이비붐 세대인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한경구(54) 교수는 "윗세대와 G세대 사이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윗세대는 '지구는 넓고 외국은 멀다'고 느끼며 살아왔지만 G세대는 '지구는 좁고 외국은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과 윤정로(56) 교수는 "금기와 좌절이 많던 윗세대와 달리 G세대는 '뭘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어디서든 어떻게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했다.

일본 NHK방송의 기무라 요이치로 특파원은 "G세대 한국인들은 어느 정도 부유한 나라가 된 한국만 경험했다"며 "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내가 한국인과 대화하는 것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G세대를 보면서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태어난 일본의 '신인류'를 떠올린다고 했다. 그들도 패전의 기억 없이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만 알고 자랐다. G세대 한국인은 대한민국이 100년 걸려 키워낸 구김살 없는 차세대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혹 그들도 일본의 신인류처럼 '개인'의 행복에만 침잠하는 건 아닐까.

 G세대 한국인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태어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2000년대에 글로벌마인드(global mind)를 갖추고 자랐다. 'G20 의장국 대한민국'에서 어른이 된다. 88~91년생(10학번 새내기)으로 좁혀 잡으면 263만명, 86~91년생으로 넓혀 잡으면 389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