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G세대 한국인'

"선진국은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경쟁 상대일 뿐"

namsarang 2010. 1. 4. 20:56

[글로벌 ‘G세대 한국인’새 100년을 이끈다] [下]

"선진국은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경쟁 상대일 뿐"

 

 

 

G세대 6명 난상토론
"이래라저래라" 하는 일방적 사회에서 함께 결정하는 사회로 바뀌어 나갈 거예요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에 태어나 글로벌 시대에 자란 'G세대 한국인'들은 한국사회에 어떤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까. G세대 6명이 3일 오전 본지 편집국에 모였다. 한국 고교를 마친 뒤 해외 명문대로 직행한 사람, 막 대입을 치른 고3, 대학로에서 뛰는 개그맨까지 다양했지만 G세대 특유의 '긍정과 낙관'은 공통분모였다.

"선진국은 '선망의 대상'이 아닌 '경쟁 대상'"

―고교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이 '20대에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거의 대부분이 '여행'이라고 했어요. '세계일주 하고 싶다'는 친구가 절반이 넘었어요.

뉴욕에서 동창회가 열릴 정도로 국내에 있는 친구보다 해외에 있는 친구가 더 많아요.

―30대 사촌형들은 해외여행을 학업·취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생각해요. 제 또래는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뭔가를 얻고자 하죠.

―봉사단체를 시작할 때 해외 사례를 참고했어요. 하지만 우월한 것을 본뜨자는 게 아니었어요. 선진국은 우리에게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비교와 경쟁의 대상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훨씬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요.

“대한민국의 미래는 G세대가 책임진다!”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에서 모인 G세대 6명이 난상토론을 마친 뒤 펄쩍 뛰어 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고효정·박주신·임지선·오지연·남태령씨./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무난한 삶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

―부모님이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려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며 인문학을 택한 친구들이 있어요.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택해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면서 행복을 느끼고 싶어해요. 그러면서 경제적으로도 안정됐으면 하죠.

―공부 잘해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건 본인이 특별히 뜻이 있으면 몰라도 그냥 '무난한 삶'일 뿐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더 열정적으로 살죠.

―돈이 힘인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주식시장을 봐도 꼭 노력과 보상이 비례하는 세상은 아닌 것 같아요. 운과 타이밍, 흐름을 읽는 안목이 중요하죠. 콩 한 알도 반쪽씩 나눠 먹고 말 게 아니라, 더 많은 콩을 수확해서 나눠야죠.

―개그맨 하겠다니까 엄마가 처음엔 '호적 파겠다'고 하셨어요. 고1 때 혼자 극장에 가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어요. 엄마를 꾸준히 설득해서 고3 때는 오전 수업만 받고 오후엔 극장에서 공연했어요. 학교에서도 인정해줬죠.

"내면적으로 허약한 건 사실"

―G세대는 내면적으로 좀 약한 것 같아요. 옛날엔 모두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싶어해도 못 신는 사람이 많으니까 덜 괴로웠어요. 우리 세대는 안 그래요. 다들 자존심이 세니까 내면적으로 상처를 더 잘 받고 그걸 숨기고 싶어해요.

―학창 시절만 놓고 보면 우리가 윗세대보다 행복해요. 공부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배고픈 것보다야 낫죠. 20대가 되면 달라요. 아버지 세대는 어떻게 하면 잘된다는 게 뚜렷했어요. 지금은 길이 다양한데 앞날은 불확실해요. 더구나 나한테 맞는 길을 찾아야 하니 더 고민이죠.

―취업난이라지만 젊은이들도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가 안 좋다면 받아들여야죠. 병역특례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대우가 좋은데도 지원자가 적어요. 우리 사회가 예전보다 잘사니까 '내가 취업 재수해도 집에 쌀이 끊길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대기업만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요.

'허락받는 사회'에서 '합의하는 사회'로

―G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에서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하며 더 잘 뻗어나갈 것 같아요.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면 시너지가 안 나요. 경영학도 5명이 모일 게 아니라 경영학도·공학도·인문학도 등이 모여야 해요. 지금까지는 학연·지연 등에 따라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쳤다면 앞으로는 서로 다른 이들끼리 자유롭게 뭉칠 거예요. 다양한 사람들의 소통과 화합을 끌어내는 사람이 각광받고요.

―'허락받는 사회'에서 '합의하는 사회'로 바뀔 것 같아요. '이래라저래라' 하고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결정하는 거죠.

―제가 선배가 되면 후배 개그맨들에게 '선배들 곁눈질하지 말고, 많은 걸 경험하고 신나게 놀라'고 할 거예요. 우리 또래는 대박이 나도 이주일 선생님처럼 유일무이한 존재로 한 시대를 풍미하기는 힘들어요. 그게 아쉽진 않아요. 대신 나갈 곳이 많아졌거든요.

 

 

"캠퍼스에서 커플끼리 손잡고 교수에 인사하는 세대"

  • <특별취재팀>                                
  •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 최승현 기자 vaidale@chosun.com   
  • 김정훈 기자 runto@chosun.com      
  • 순찬 기자 ideachan@chosun.com   
  • 교수 100명이 본 G세대
    현실적이며 진취적… 자기중심적인 면은 우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44) 교수는 지난달 교정을 거닐다 한 학생의 인사를 받고 흠칫 놀랐다. "예전에는 캠퍼스 커플끼리 손잡고 교정을 거닐다 교수를 보면 손을 놓고 인사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손을 잡은 채로 인사를 해요. 자신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거죠."

    2009년은 1990년생이 신입생 과반수를 점한 첫해였다. 2010년은 1988년 이후 태어난 학생들로 대학 1~4학년 강의실이 꽉 차는 첫해다. 지난 1년간 09학번 G세대 신입생들을 관찰한 전국 6개 주요 대학교수 100명은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본지 특별취재팀이 지난달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중앙대·이화여대·카이스트(KAIST) 교수 100명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설문조사한 결과 G세대 대학생에 대해 "다가올 100년을 이끌어갈 희망과 가능성을 봤다"는 응답이 많았다.

    "G세대의 현재 모습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지도교수 100명은 평균 80.95점을 줬다. 지도교수 자신의 세대(30~60대)에 매긴 점수(80.8점)보다 약간 높았다.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김호섭(56) 교수는 "지금 세대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있다"며 "우리 세대는 외국에 나가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설명을 해야 했지만 지금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노력하는 태도와 근성이 부족하다"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교수들이 G세대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꼽은 낱말은 '민주적' '아름답다' '자랑스럽다' '낙관적' '이기적' 등. 자기 세대를 묘사하는 키워드로 꼽은 낱말은 '권위적' '고집스럽다' '희생적' '자랑스럽다' '책임감 있다' 등이었다.

    교수들은 10명 중 7명꼴(74%)로 G세대 대학생과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답했다. 가장 세대 차이를 느끼는 부분은 사회의식(37.4%)이고, 예의범절(17.9%)과 연애관(17.1%), 소비·경제관념(14.6%)이 뒤를 이었다.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송홍엽(48) 교수는 "우리 세대는 식당에서 가급적 메뉴를 통일했는데, G세대는 각자 다른 것을 시키면서도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서울대 의대 손환철(43) 교수는 "우리 세대는 모든 대화의 주제가 '사회'였는데 G세대는 모든 대화를 '내가…'로 시작한다"고 했다.

    교수들은 90년생의 가능성에 88.35점을 줬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사고가 자유롭다" "교육을 잘 받아 개인적 능력이 더 우수하다" 등이 근거였다.


     

     

    서울대 신입생 인생목표는…

    79학번- 진리탐구·취미·봉사…
    09학번- 자아실현·재미·사랑…

    서울대 교표에는 '진리는 나의 빛(Veritas Lux Mea)'이라는 라틴어가 새겨져 있다. 31년 전 서울대에 입학한 79학번 신입생들의 인생목표도 '진리탐구'였다.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현 대학생활문화원)가 펴낸 '1979학년도 서울대학교 신입생 특성'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 것'으로 진리탐구를 최우선 순위에 뒀다. 자유로운 시간과 취미 즐기기, 남을 위한 봉사, 사회적으로 남을 지도하는 생활이 뒤를 이었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생활은 최하위였다. 대학생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묻는 질문에는 '학문연마에 전념하는 것(45.05%)'과 '국가 및 지역발전을 위한 봉사(28.98%)'를 꼽는 응답자가 많았다. 입학 후 대학생활에서는 '학문적 지식 습득(50.30%)'을 하고 싶다는 학생이 절반을 차지했다. '직업 준비를 하겠다'는 답변은 소수(5.47%)였다. 졸업 후 원하는 직업은 교육직(26.64%), 학자(8.42%), 연구직(7.97%), 의약계(6.70%) 등 순이었다. '진리탐구 계열'이 40%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09학번 신입생 27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한 세대가 지나면서 대학생들의 사고가 어떻게 변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09학번 신입생이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자아실현(44.2%), 재미(12.7%), 사랑(8.9%), 자유(8.5%), 부(7.3%)의 순이었다. 직업을 고를 때는 절대 다수가 자아실현(67.5%)과 경제적 풍요(15.6%)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답변했다.

    학생들은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학업(37.1%)과 함께 폭넓은 대인관계(24.1%), 다양한 취미생활 및 경험(11.6%)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