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경제로 돌아본 1910~2010
한(韓), 정주영·이병철 등 도전적 기업가들과 정부·국민 하나돼 성장…
40년 후엔 일(日) 앞설 것
- ▲ 유병규 현대경제 연(硏)
- 경제연구본부장
지난 100년간 우리 경제의 놀라운 성장 과정은 '기어간 근대화, 달려온 산업화, 날아가는 정보화'로 축약할 수 있다. 근대화에 뒤져 일본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열심히 일본을 쫓아갔고, 정보화시대에는 일본을 앞서 나갈 수 있었다. 영국·미국·일본과 같은 주요 선진국이 수백년에 걸쳐 달성한 경제적 성과를 한국은 1960년대 이후 50년 만에 축지법을 쓰듯 압축적으로 이뤄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루카스는 한국 경제의 발전상을 '기적의 창출(Making a Miracle)'이라고 극찬했다.
우리 경제가 100년 전 세계열강 중 하나였던 일본과 오늘날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한 원동력은 뭘까.
우리 경제는 의욕 넘치는 기업가 정신이 살아 움직여 왔다. 한국 경제를 키우고 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온 견인차는 바로 크고 작은 기업들이었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 등은 현대 정주영, 반도체와 전자 산업은 삼성 이병철과 같은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며 열정이 넘치는 기업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악조건과 역경을 뛰어넘는 용기와 인내심을 지닌 근로자들도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특히 한국은 경제개발 초기는 물론 지금도 고등교육 비중이 상당히 높은 나라다. 산업화 시대의 '우골탑'과 세계화 시대 '기러기 가족'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유별난 교육열은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중심축 가운데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 대응도 현명했다. 경제개발 초기에 최고의 엘리트로 구성된 정부는 특정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개발계획을 기획하고 시장 경쟁 원리를 바탕으로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였다. 수출주도형 산업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한 점도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남북한이 서로 도와가며 발전한다면 오는 2050년에 한국 경제규모가 일본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100년 전의 한·일 경제상황이 40년 뒤에는 180도 뒤집힐 수 있다는 얘기다. 기적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성공유전자를 계속해서 살려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