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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인가 호랑이인가

namsarang 2010. 1. 3. 20:32

새해를 맞으며

 

토끼인가 호랑이인가

 

오지영 신부(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


   새해 새아침입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암울하게 시작한 기축(己丑)년은 서산 너머로 꼬리를 감추고 동녘에는 호랑이가 장죽을 물고 지그시 웃으며 나타납니다. 새해에는 지난해에 못 이룬 염원 모두 이루실 수 있기를 빕니다. 경제가 나아지리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우리 모두 냉정 되찾아야 할 때
 
 지난해 초 세상이 모두 어둡다고 말할 때, 우리는 밝게 살자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경기가 나아지리라고는 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입니다. 있어도 없는 듯, 없어도 있는 듯, 과묵하게 꾸준한 삶을 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외환(外患)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환(內患)이 죽 끓듯 합니다. 죽이 끓어 넘치면 너도 나도 못 먹습니다. 이럴 때 '죽 쑤어 개 준다'고 하던가요. 죽이 잦아들듯 우리 모두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 민족을 비하(卑下)하여 한반도를 토끼로 묘사했다 해서, 우리 기상(氣像)을 되찾는 의미로 한반도를 호랑이로 그렸습니다. 조상(祖上)은 원래 우리나라를 호랑이 모습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우리민족이 호랑이와 같은 기상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호랑이는 거칠고 사나운 맹수입니다. 호랑이의 예리한 이빨과 날렵함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은 그 맹수에게 따뜻한 인정(人情)을 입혔습니다. 설화와 민화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곶감이 무서워 도망가고, 썩은 동아줄에 매달려 오르다 수수밭에 떨어지고, 장죽을 물고 망중한(忙中閑)하는 호랑이입니다. 참으로 해학적입니다. 그런가 하면 나그네 길동무가 되어주고, 의리를 지키며 보은(報恩)하는 친근한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경인년(庚寅年), 호랑이해입니다. 우리 모두가 두려워하면서도 친근하게 느끼는 호랑이입니다. 금년에 우리 모두 호랑이 흉내를 내어 보면 좋겠습니다. 용맹하고 날렵하며 무서운 이빨을 갖고 있으면서도 곶감이 무서워 자리를 비키고, 긴 담뱃대를 물고 여유를 즐기는 호랑이처럼 말입니다. 예리한 발톱을 접고 나그네 길동무가 되어주는 멋 말입니다.
 
너와 나, 모두 호랑이 될 수 있어
 
 우리는 너무 민감합니다. 작은 움직임에도 신경질적으로 크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점잖고 진중하면 무게를 잡는다는 표현을 씁니다. 나라가 온통 시끄러운 것은 모두가 너무 가볍고 여분이 없어서 일겁니다.
 
 예전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 맹호부대가 온 천하에 국위를 선양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아들과 딸들이 맹호가 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호랑이가 될 수 있습니다. 너와 내가 호랑이가 되었을 때 한반도는 진정 호랑이가 됩니다. 호랑이해입니다. 맹호부대를 생각하며 한반도를 그려봅니다. 아, 그리운 맹호부대 용사들이여. 대한민국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