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영 농협청주교육원 교수
교수신문이 2010년의 희망 사자성어로 '강구연월(康衢煙月)'을 선정(1월 1일 A8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태평성대를 뜻하는 말로, 열자(列子) 중니편에서 유래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과 반목, 갈등과 투쟁의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반영된 것 같다.
지난 2009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희망 사자성어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었다. 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자는 의미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다"고 한 논어의 '자로'편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지난해는 '화이부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용산참사와 쌍용차사태의 발생,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 그리고 복수노조 설립과 노조전임자 임금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물론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수많은 기초사회문제로 인해 진정한 '화이부동'은 헛구호가 되고 말았다.
다행인 것은 화이부동을 이루기 위해 타협과 양보를 주장하는 노력들이 각계와 도처에서 조금씩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노력과 시도가 쌓이게 되면 분명 '유지경성(有志竟成)'이나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될 것이고 그러면 '강구연월'을 이루는 든든한 바탕이 될 것이다. '유지경성'은 후한 때 대장군이 되고 싶은 유약한 선비인 경엄이 일심의 노력으로 장군이 되어 광무제의 공신이 되었다는 후한서 경엄전의 기록에서 유래한다. '우공이산'은 길을 막고 있는 산을 옮기려는 90세가 된 우공의 노력과 정성에 감동한 하늘이 산을 옮겨주었다는 열자 탕문편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로, 둘 다 이루고자 하는 뜻과 이를 위한 노력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올해도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는 고민과 노력이 없다면 2010년을 회고하는 연말이 되었을 때, 조개와 황새의 양보없는 싸움으로 모두 망하게 된다는 '방휼지쟁(蚌鷸之爭)'을 정리사자성어로 선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한해를 보낸 아쉬움과 희망찬 기대감이 교차하는 새해벽두이다.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은 '일모도원(日暮途遠)'에 '도행역시(倒行逆施)'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늙었지만 할 일이 많아 초조하여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도 많은 아픔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하였다. 어렵겠지만 바닥나거나 이미 없어졌을 자제와 여유를 애써 만들어 보면서 양보와 타협으로 화합을 실천해 가면, 틀림없이 보람되고 밝은 내일이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