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순 신부(대전교구 순교성지 공주 황새바위 전담)
'이 땅은 내 땅이유! 이 땅 저한테 주실거쥬?'하며 땅을 향해 강복을 주는 것으로 성지에서 일과를 시작했다.
2년 전 이맘때 쯤 황새바위 성지에 첫 전담신부로서 부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우선 살 집이 있어야 했기에 여기저기 수소문해 간신히 월셋집을 얻었고, 그 집에서 자동차로 성지를 왔다갔다하며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성지를 가면서 길옆 야산을 지나쳤고, 그 야산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강복을 주며 중얼거린 것이 바로 '이 땅은 제 땅이니, 저한테 달라!'는 기도였다. 그렇게 진지하지 않은, 그래서 예수님께서 들어주시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안 들어주셔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드린 기도! 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불순한 기도이던가? 그것도 신부란 사람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인근 본당 어느 교우분이 나를 찾아와서는 대뜸 저 뒤에 있는 산을 사야 된단다. 10여 년 전부터 사려고 했는데, 땅 주인이 전혀 팔 생각이 없어서 지금까지 못 사고 있노라고, 이제는 나더러 저 산을 사랜다. 아직 집도 없는 신부에게 땅부터 사라니….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성지가 그리 크지 않아서 사제관이라도 지을라치면 그나마 잘 정돈된 성지 어느 한 모퉁이를 완전히 허물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더욱이 많은 순례객이 오면 거의 마비가 돼 제대로 기도조차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형편이었기에, 늘 미안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지와 맞닿아 있는 야산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고, 그저 막연한 기대감으로 이런 무례한 기도는 시작되었으며, 전셋집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1년 동안 계속됐다. 물론 전셋집으로 옮기고 나서는 그 산을 지나치지 않았기에, 그 장난스런 기도도 멈췄다.
그러던 지난 무더운 어느 여름 날! 땅 주인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산을 내어줄 터이니 사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 땅을 절대로 팔 수 없다던 분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장난스런 기도가 떠올랐다. 설마 예수님께서 그 기도를…. 보잘것없는 한 사제의 장난스런 기도마저도 예수님께서는 그냥 지나치지 않으신다는 생각이 문득 스치며 순간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잠시뿐 땅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한없이 들뜨기 시작했다.
'예수님! 이 땅 정말 내 땅 맞지유?' 그런데 예수님은 분명하시다. '뭔 소리여… 이 땅은 네 땅이 아니라 내 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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