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순 신부(대전교구 순교성지 공주 황새바위 전담)
"아침밥은 언제 주는겨? 밥 먹으려면 내일 아침에 다시 와야 되는겨?" "끝까지 아침밥 잘 차려줘라!"
사제품을 받고 첫미사를 할 때, 선배 신부들께서 "와서 아침을 들어라"(요한 21,12)는 제 수품 성구를 보고 한 마디씩 하셨다.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선배 신부들의 장난스런 물음에 용기와 격려가 담겨 있어서 함께 웃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예수님과 내가 어떤 관계인지 잘 몰라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부제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이 한심하기도 했지만, 내게는 꼭 풀어야만 했던 삶의 화두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내게 어떤 존재인가?'
부제품 한 달 피정을 하면서 매달렸다. 아니 협박이라고 해야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주시지 않으면 나도 부제품을 받지 않겠다 했으니…. 하지만 그분은 내 협박(?)에도 굴하시지 않고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으셨다. 대신 다정스럽게 어서 와 아침이나 먹으라는 말씀만을 하셨다.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함께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 죽음과 부활을 깨닫지 못한 제자들에게, 더욱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고기를 잡고 있는 그들에게 어떠한 꾸중이나 질책이 아닌, 그 모든 것을 보듬으며 다시금 당신 사랑을 보여주시는 그분 앞에서 나는 두 손을 들었다. 그들이 곧 한심한(?)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새벽 먼동이 틀 무렵, 밤새도록 헛일만 했던 나를 향해 작은 모닥불을 피우시며 빵과 물고기를 손수 구워 건네주시는 그분! 어찌 그분 앞에 나 자신을 내어놓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제단에 첫 걸음을 디디며 그분과 작은 약속을 하였다. 빵과 물고기를 굽고 계시는 당신 곁에서 군불이라도 지피는 일을 거들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이 곳 황새바위 성지 황새지기로 살아가면서 빵과 물고기를 잘 구워 성지를 찾아오는 배고픈 순례자들에게 예수님 마음을 듬뿍 담아 건네주는 것이 내 몫일 것이다.
하지만 그 서툰 솜씨는 여전하기에, 설익은 빵과 물고기를 전해주며 허기진 배를 채우라고 재촉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도 그분 곁에서 군불을 지피며 빵을 굽는 것이 송구스럽지만, 오늘도 제단에 오르기 전, 나는 무릎을 꿇으며 기도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서툰 내게도 그 음식을 떼어 주시니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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