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순 신부(대전교구 순교성지 공주 황새바위 전담)
"신부님의 반짝이는 사고와 희망하는 마음, 얼굴 가득 배어 나오는 선한 의지가 바다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방향을 일깨우는 등대인 듯 반짝거렸습니다. '어디에서 본 적 있지요?'라고 확인하던 신부님께, '저도 그러네요'하고도 아직도 생각이 나지 않지만…. '한 평만 봉헌하겠다'고 기도를 바치고나서 유치원에 돌아와 교사들과 의논해 보니, 5평이나 봉헌하자고 합니다. '우와~!' ○○이라는 작은 도시 ○○유치원에서도 성지 땅을 봉헌하는 영광이 주어졌습니다. 분명! 은총입니다. '○○○'이라는 개인 이름으로 보냈지만, 어린이 160명의 기도와 교사 및 직원 13명의 마음입니다."(어느 유치원에서 날아온 편지 일부)
어느 날 갑자기 성지에 편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행사와 관련된 숱한 초대장 사이에 끼어 있었기에 무심코 편지를 열어 읽었다.
그런데 그 안에 너무나도 놀라운 선물이 들어 있었다. 그 안에 담긴 선생님들과 어린 아이들의 봉헌에 담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 가슴이 뛰면서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예수님의 잔잔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뭔 소리여…. 이 땅은 네 땅이 아니라 내 땅이여!'
성지 발전을 위해 그토록 염원했던 뒷산을 드디어 살 수 있게 됐는데,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워낙 큰 땅이다 보니 구입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몇천만 원도 아니고, 수십억 원이란 돈을 어디서 마련하겠는가?
어느덧 들뜬 마음은 봄날 소리소문없이 내렸다 사라지는 야속한 눈처럼 녹아가고, 드넓은 산은 이제 그림의 떡처럼 보이기 시작할 무렵에 기는 살리되 쓸데없는 허영심은 제대로 꺾으시는 그분의 선물이 날아든 것이다. 내 땅인 줄 알았다. 내가 기도했고, 내가 복이 있어 모든 것이 내 덕이요, 내 공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해결하려 들었으니 결과는 뻔하지 않겠는가? 좌절과 포기만이 내 주위를 맴돌 수밖에…. 하지만 예수님은 그 어린 아이들을 통해 어리석은 나를 깨우쳐 주셨다.
'예, 맞습니다. 주님! 이 땅은 당신께서 마련하신 땅이고, 당신을 통해 순교자들의 영광이 드러나야 할 땅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하시는 일이며, 제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하는 것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아직도 내 마음 한 켠에서는 왜 이런 기도가 자꾸 나올까?
'난 몰라유! 당신 것이니 당신이 알아서 해 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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