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1961년 설을 앞두고 영화 '춘향전'과 '성춘향'이 맞붙었다. '춘향 경작(競作) 소동'으로 불린 이 경쟁은 여러가지로 큰 화제였다. '춘향전'의 홍성기 감독과 '성춘향'의 신상옥 감독은 당대 최고의 연출자였으며, 주연여배우는 각각의 감독 아내이자 인기스타였던 김지미·최은희였다. 그러나 이 두 영화의 영화사적 의미는 대한민국 최초의 35㎜ 컬러시네마스코프 작품이라는 점이다. 홍 감독의 '춘향전'이 신 감독 영화보다 1주일 먼저 개봉해 '최초' 타이틀을 획득했으나, 통상 두 영화 모두 '최초'로 불린다. 시네마스코프가 아닌 최초 컬러영화는 다큐멘터리 '무궁화동산(1948·안철영 감독)'이다.- ▲ 신상옥 감독의 컬러시네마스코프 영화 '성춘향'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는 1950년대 할리우드가 TV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기존 스크린의 가로세로 비율인 1.33대 1보다 너비를 대폭 늘려 2.35대 1 비율로 촬영·영사하는 방식이다. 두 춘향전의 격돌에서는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이 74일간 관객 37만명을 동원해 KO승을 거뒀다. 이 두 영화 이후 한국영화계는 앞다투어 컬러시네마스코프를 도입했다. 색채를 돋보이게 하려고 미술과 의상에 공을 들였고, 이어 60년대 한국영화 첫 르네상스를 맞게 된다.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은 해방 후 10년만에 등장했다. 영화 스크립터로 일하던 박남옥 감독은 1955년 언니에게 빌린 돈으로 '자매 프로덕션'을 세우고 '미망인'을 촬영해 개봉했다. 돈이 없어 감독이 직접 스태프에게 밥을 해먹이면서 찍은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 박 감독의 유일한 작품으로 남았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쏟아진 한국 영화는 1956년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을 받았다.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이 대만의 아세아영화제에서 특별희극상을 받은 것이다. 이어 강대진 감독의 '마부(1961)'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1967년 개봉한 '홍길동(신동헌 감독)'이다. 당시 소년조선일보에 연재된 신동우 화백의 만화를 그의 친형인 신 감독이 극장용으로 만들어, 그 해 흥행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영화 최초의 키스신은 '자유부인(1956)'으로 이름난 한형모 감독의 '운명의 손(1954)'에서 등장했다. 입술이 살짝 스치는 이 2초 분량의 장면 탓에 여배우 윤인자의 남편이 한 감독을 고소하겠다고 나설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최초의 입체(3D)영화는 1968년에 나온 이규웅 감독의 '천하장사 임꺽정'이다. 68년 2월 13일자 조선일보는 이 영화에 대해 "20원짜리 특수안경을 쓰고 보면 장면마다 배경의 깊이(?)가 제법 입체감을 풍겨준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