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22년 전 우리나라 업체가 처음으로 만든 휴대폰은 요즘 시각으로 보면 '휴대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삼성전자가 1988년 처음 개발한 'SH-100'<왼쪽 사진>이라는 휴대폰은 길이가 요즘의 두 배가 넘는 20㎝였고, 무게는 6배 가까운 0.7㎏이었다. 한 손으로 들면 팔이 휘청할 정도인 데다 두께(4.6㎝)까지 만만치 않아 '냉장고 폰'이란 별명까지 생겼다. '휴대폰'하면 대부분 '모토로라'(미국 휴대폰업체)밖에 떠올리지 못하던 시절에 국내 기업이 휴대폰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들 자랑스러워했다. 1988년 9월 서울 올림픽 때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은, 이듬해 5월부터 일반인에게 판매됐다.
이보다 앞서 일반인들이 처음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휴대폰은 모토로라 제품이었다. 1988년 7월 SK텔레콤이 국내에 처음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당시 도입된 휴대폰이 모토로라의 '다이나택 8000'이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보통 사람'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휴대폰 가격만 240만원이었고, SK텔레콤에 내야 하는 가입비도 65만원이나 됐다. 막대한 투자비 회수를 위해선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실제 이 휴대폰을 쓴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22년 전 들고 다니기조차 어려웠던 휴대폰에는 인터넷·사진촬영·방송수신 등 각종 첨단 기능이 꾸준히 접목되면서, 이젠 국내서도 4000만명 이상이 쓰는 필수품이 됐다. 최근엔 거의 PC와 맞먹는 수준의 업무처리·인터넷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오른쪽 사진>(지난 18일 모토로라가 선보인 스마트폰 '모토로리')이란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새로운 휴대폰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