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64) 나팔-죽은 이들의 부활 알리는 소리

namsarang 2010. 1. 23. 12:09

[성경 속 상징]

 

(64) 나팔-죽은 이들의 부활 알리는 소리


                                                                                허영엽 신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나팔은 고대 사회 악기 중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악기였다. 그래서 무엇을 선포하거나 신호를 주는 목적으로 나팔을 자주 사용했다. 나팔은 음정을 낼 수 있는 공기관의 길이가 짧아 음정 수가 매우 제한돼 있다. 나팔은 산양이나 소의 활 모양으로 굽은 뿔로 만들었다.

 성경에서도 나팔에 대한 언급은 많이 등장한다. 나팔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 것은 주로 전쟁 때였다. 전쟁을 소집하거나 공격의 개시나 마침을 알릴 때 사용했다. 혹은 적들의 공격을 경고하기 위해서도 사용했다. "벤야민 자손들아 예루살렘 한가운데를 떠나 피난하여라. 트코아에서 나팔을 불고 벳 케렘 위에 봉화를 올려라. 북쪽에서 재앙이, 엄청난 파괴의 조짐이 보인다"(예레 6,1).

 전쟁의 승리를 선포할 때도 사용했다. "요나탄이 게바에 있는 필리스티아인들의 수비대를 치자, 필리스티아인들이 그 소식을 들었다. 사울은 '히브리인들은 들으시오!' 하면서 온 나라에 나팔을 불었다"(1사무 13,3). 나팔소리는 힘과 능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나팔은 예배 시작 시간을 알렸으며 회중의 찬양에 반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별한 절기들은 나팔이 울려퍼짐으로 시작되기도 했다. 나팔이 예배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던 경우는 속죄일이었다. 옛날에는 나팔에 속죄의 기능을 갖고 하느님을 달래는 기능이 있다고 믿었다. 나팔을 길게 불면 백성은 시나이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 자는 아무도 손을 대지 말고, 돌이나 활에 맞아 죽게 해야 한다. 짐승이든 사람이든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숫양 뿔 나팔 소리가 길게 울리거든, 백성을 산으로 올라오게 하여라"(탈출 19,13).

 어떤 사건들에 대한 공적 관심을 유도하는 목적으로도 나팔을 사용했다. 왕이 등극할 때 나팔을 불었다. "예후는 '그 사람이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면서, "내가 너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을 다스릴 임금으로 세운다"고 말하였소.' 그러자 그들은 재빨리 저마다 제 겉옷을 벗어 예후의 발밑 층계에 깔고는 나팔을 불며, '예후께서 임금님이 되셨다!'하고 외쳤다"(2열왕 9,12-13),

 혹은 공개적 거부(2사무 20,1)나 집단적 맹세 등을 선포하기 위해서도 나팔을 사용했다. 나팔은 특별한 축제에서 기쁨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윗과 온 이스라엘 집안은 함성을 올리고 나팔을 불며, 주님의 궤를 모시고 올라갔다"(2사무 6,15). 따라서 나팔은 공적 예식에 사용된 악기였다.

 신약성경에서 나팔은 부활을 상징적으로 알린다. 마지막 나팔 소리가 나면 죽은 자들은 부활해서 영원히 살게 된다. "나팔이 울리면 죽은 이들이 썩지 않는 몸으로 되살아나고 우리는 변화할 것입니다. 이 썩는 몸은 썩지 않는 것을 입고 이 죽는 몸은 죽지 않는 것을 입어야 합니다"(1코린 15,52-53). 그래서 중세 미술에서 나팔은 죽음으로부터의 부활을 예언하는 상징이 된다. 특히 최후의 심판을 그린 작품에 나팔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