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ㆍ하 두 권으로 이뤄져 있는 '열왕기'는 사무엘기에서 시작한 이스라엘 왕들의 역사를 이 책의 편저자인 '신명기계 학자들'의 역사관에 입각해 솔로몬의 등극부터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멸망에 이르기까지 전해주고 있습니다. (1) 저자와 명칭 열왕기는 앞서의 판관기나 사무엘기와 마찬가지로 왕정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지녔던 신명기계 학자들에 의해 편집된 작품으로서,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왕들의 이야기'(*1)라고 불렸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라틴어 역본인 불가타(Vulgata)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왕들의 이야기'(Libri Malachim)이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어 성경인 70인역(Septuaginta)에서는 이 책을 사무엘기와 합쳐 모두 '왕국기'(Βασιλειων)라고 부르면서 4권으로 분리했습니다. 다시 말해 1ㆍ2 왕국기는 오늘날 사무엘기, 3ㆍ4 왕국기는 오늘날의 열왕기가 되겠습니다. 현재 새성경에서는 히브리어 성경 전통을 따라 이 책의 명칭을 열왕기로 정했습니다. (2) 구조와 내용 열왕기는 아래와 같이 구성돼 있습니다: ① 1열왕 1~11장 : 기원전 961~922년. 솔로몬이 다윗의 왕위를 계승한 때부터 남북 왕국 분열 때까지 역사. ② 1열왕 12~2열왕 17장 : 기원전 922~722/1년. 왕국 분열에서 북왕국 멸망 때까지 남북 왕조 역사. ③ 2열왕 18~25,21 : 기원전 722/1~587년. 북왕국 수도 사마리아의 멸망에서부터 남왕국 수도 예루살렘의 멸망 때까지 유다 왕조 역사. ④ 2열왕 25,22~30 : 기원전 587~561년. 유다 왕 여호야킨이 바빌론 왕 에윌 므로닥의 호의를 얻어 바빌론 감옥에서 석방될 때까지 역사. (3) 핵심 신학 사상 ① 각 왕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 : 우상 숭배 열왕기 저자에 의하면 하느님과 백성을 '섬기고' 주님께 합당한 예배를 드리는 왕만이 좋은 왕입니다. 이러한 기준에 근거해 저자는 각 왕을 평가했는데, 긍정적 평가를 받은 왕은 극히 드물고 무려 34명의 왕이 "그는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열왕기 저자는 이스라엘과 유다의 멸망이 전적으로 왕들의 죄악 때문이라고 보았는데, 이러한 역사관을 '신명기계 역사관'이라 부릅니다. ② 다윗과 그의 왕조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은 다윗은 올바른 왕의 본보기로서 후대 왕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열왕기 저자는 이스라엘 왕국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다윗 가문에 주어진 주님의 약속이 영원하리라고 믿습니다. ③ 계약궤, 예루살렘과 성전 열왕기는 예루살렘 성전 예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예루살렘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성읍이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1열왕 8,12). 예루살렘 성전의 중요성은 성전 봉헌 때에 솔로몬이 바친 기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며(1열왕 8,23~53), 요시야의 종교 개혁도 성전을 중심으로 일어납니다. 열왕기 저자가 성전 건립 과정을 묘사하는 데 할애한 분량만 봐도 예루살렘 성전이 저자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따라서 예로보암이 단과 베텔 등의 지방 성소에서 드린 예배는 거부되고 큰 죄악으로 고발됐으며(1열왕 12~14장),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사를 바치면 안된다는 명령을 거역한 것만으로도 큰 죄악으로 간주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④ 역사의 주인은 야훼 하느님이시다 얼핏 보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각 나라의 통치자들인 것처럼 보입니다. 열왕기에서도 표면적으로는 왕들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그 배후를 보면 야훼 하느님께서 당신이 선택하신 예언자들(예컨대 엘리야, 엘리사, 이사야 등)을 통해 세상을 통치하시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어 성경은 열왕기를 '역사서'가 아닌 '전기 예언서'로 구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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