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대한민국 제1호

78년 '백곰' 발사 성공… 실전 배치는 못해

namsarang 2010. 2. 4. 06:37

[대한민국 제1호]

78년 '백곰' 발사 성공… 실전 배치는 못해

국산 미사일

"유도탄 개발. 사거리 200㎞ 내외."

1971년 12월 청와대비서실에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극비' 메모가 전달됐다. 비밀 프로젝트는 '항공 공업 사업'이라는 위장 명칭으로 불렸다. 박 대통령은 "단거리 미사일은 수입해서 쓰면 된다. 중·장거리를 개발하라"고도 지시했다.

1978년 9월 26일 충남 서해안 안흥시험장. 박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곰'이란 이름의 국산 미사일이 엄청난 불기둥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한국은 이로써 세계에서 7번째 미사일 보유국이 됐다. 미국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을 꼭 빼닮은 백곰은 사정거리가 180㎞였다. 유사시 군사분계선(MDL)에서 150㎞ 이내에 있는 북한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였다.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반대했다. 핵탄두 운반체 역할을 할 수 있고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용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군 철수와 월남 패망 등으로 안보 위기감을 느낀 한국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카드였다. 결국 한미는 1979년 미사일 사거리를 180㎞로 한정한다는 내용의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에 합의했다.

1987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퍼레이드. 수많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산 지대지 미사일 '현무'가 당당한 위용을 드러냈다. 백곰을 개량해 만든 현무는 정확도가 미국 등 선진국 수준에 필적했다. 실전에 제대로 배치되지 못한 채 사라진 백곰과 달리 현무는 1980년대 후반 실전에 배치돼, 우리 군의 '최초 실용형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자리잡았다. 이 미사일도 사정거리는 180㎞였다.

현무는 아웅산 테러를 당한 뒤 올림픽 개최를 앞둔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88올림픽을 방해하면 평양을 공격할 수 있는 현무로 보복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무는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구성요소의 98%가 국산화돼, 한국형 유도무기 중 가장 국산화율이 높은 무기가 됐다.

이후 한국 미사일은 진보를 거듭했다. 1990년대 후반 사거리가 300㎞ 이르는 현무-II 미사일이 개발됐다. 이 미사일은 한미 미사일 협정이 개정된 이후인 2005년에야 공식적으로 존재 사실이 공개됐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탄두 중량이 500㎏을 넘지 않으면 사거리 제한을 받지 않는 크루즈(순항) 미사일로는 '천룡'이 2000년대 들어 실전에 배치됐다. 천룡은 사정거리가 500㎞이다. 그 외 순항미사일로는 지대지 현무-III(사정거리 1000㎞) 및 현무-IIIA(〃1500㎞), 공대지 '보라매(〃 500㎞ 이상) 등이 실전배치 또는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10월 공개 시험사격에 나선 '천마(사정거리 10㎞)'는 첫 국산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