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우리나라에 보험이 처음 도입된 것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라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당시 외국 보험사들은 국내에 직접 진출해 보험 영업을 하진 않았다. 은행이나 무역회사를 통한 간접적인 보험 판매만 이뤄졌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일본의 도쿄(東京)해상화재가 1880년 1월 부산에서 첫 대리점을 열고 영업을 개시했다. 국내 진출 첫 보험사인 도쿄해상화재는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해상보험(선박 관련 사고를 보장해주는 보험)을 주로 판매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우리나라 보험사는 1921년 만들어진 조선생명보험이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선생명보험은 광복 이후 영업을 거의 하지 않아 1962년 면허가 취소됐다. 이에 따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보험사는 1922년에 설립된 조선화재해상보험이다. 조선화재해상보험은 1950년 동양화재해상보험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5년에 메리츠화재로 사명을 새단장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보험증권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1897년에 '대조선보험회사'가 발행한 '소(牛)보험'이다. 일각에선 '소보험'이 보험계약 1호라고 하지만, 학계에서는 아직까지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소보험은 사람이 아닌, 소가 가입하는 일종의 가축보험이다. 예나 지금이나 소는 농민들에게 귀중한 재산이다. 보험증서에는 소의 색깔과 뿔의 상태 등이 기록돼 있었다. 보험료는 소의 크기에 상관없이 한 마리에 한 냥이었다. 보장 내용은 단순하다. 소에 이상이 생기면, 소의 크기별로 보험금이 달리 지급됐다. 큰 소의 경우에는 보험금으로 엽전 100냥까지 받을 수 있다고 표기돼 있다. 다만 '소보험' 제도는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시행 100여일 만에 폐지됐다. 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소는 시장에서 매매할 수 없도록 정부가 제도화하자,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광복 이후에는 일본계 보험사들이 떠난 빈자리를 신설 토종 보험사들이 채워 나갔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신동아화재(현 한화손해보험),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대한생명 등 여러 보험사들이 설립됐다. 이 중 대한생명은 광복 이후 우리나라 자본으로 설립한 최초의 생명보험사다. 대한생명이라는 사명(社名)은 광복 당시 동포들이 외쳤던 '대한독립 만세'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대한생명이 처음 판매한 상품은 양로보험과 장수보험이었다. 양로보험의 보험기간은 10~40년이었으며, 한도는 최저 5000원에서 최고 50만원. 납입방법은 6월납과 연납 두 가지였다. 장수보험의 보험기간은 30년, 납입방법은 양로보험과 같았으며, 1년 이내 사망 시 보험금액의 15%, 2년 이내 사망 시에는 보험금의 35%를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