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재 신부(수원교구 안법고등학교 교목실장)
학창 시절에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물론 각자 다르겠지만 대부분이 수학여행이나 소풍, 아니면 시험에 대한 추억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억 중에서도 선생님과 관련된 재미있는 추억이 많이 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참 재미있는 애칭으로 불리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었다. 선생님들의 특징을 골라내 그걸 재미삼아 불렀던 기억이 아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마다 무서운 선생님, 특히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선생님들이 꼭 한 분씩 계신다. 그 선생님 앞에만 서면 오금이 저리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주눅이 드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할 정도로 엄청난 기운을 발산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이런 호랑이 선생님 중에 가장 대표적인 선생님이 바로 학생 생활지도를 맡고 계시는 학생부장 선생님이 아닐까 한다. 정말이지 학생부장 선생님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완전 기가 팍 죽어서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특히 등ㆍ하교 시 교문 앞에 서 계시는 학생부장 선생님의 모습은 정말 두려움 그 자체였다. 두발이나 복장 등 혹시 문제가 되는 것이 없나, 괜히 두근거리며 교문을 들어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기억들 때문일까. 처음 학교로 발령을 받고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데 교문 앞에서 보니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벌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시계를 보았고, 그러면서 내가 지금 제대로 복장을 갖추었는지 살펴보면서 조용히 학생부장 선생님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러자 선생님이 먼저 나를 알아보시고 "안녕하세요? 신부님!"하며 인사를 건네시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뒷목이 뻐근해지면서 '아, 나는 이제 더 이상 학생이 아닌데, 내가 왜 이러지…'하는 생각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정말이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학생부장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도 남아있나 하는 마음에 지금도 첫 출근 때 일을 생각하며 가끔 웃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호랑이 선생님들은 정말 무서운 선생님들이 아니라, 학교와 학생을 매우 사랑하시는 선생님들이다. 어쩔 수 없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 위해 호랑이 선생님의 십자가를 지고 계셨던 것이다. 이렇게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나는 앞으로 학생들의 기억에 어떤 선생님 모습으로 남을지, 학생들 기억 속에 떠올려질 내 모습이 궁금해진다.
나도 호랑이 선생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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