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시험 잘 봤니?", "아니요!"

namsarang 2010. 3. 26. 19:29

[사목일기]

 

"시험 잘 봤니?", "아니요!"


                                                                                                                                           이석재 신부(수원교구 안법고등학교 교목실장)


   며칠 전에 전국적으로 보는 시험이 있었다. 시험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물었다.

 "시험 잘 봤니?"

 이때 학생들은 늘 그렇듯이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언제쯤 시험 잘 볼 건데?"

 그러자 학생들도 내 질문에 늘 똑같이 "글쎄요!"라고 대답한다

 학생들도 분명 시험을 잘 보고 싶을 텐데, 이 시험이라는 것이 그리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밤을 새워가며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도 정작 시험을 보고 나면 그 결과에 좌절한 경험은 누구나 다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도 언제쯤 시험을 잘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들의 답답한 심정을 담아 "글쎄요"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에서 제일 싫은 게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바로 "시험"이라고 대답한다. 시험은 학생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물론 학교에서만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도 시험을 본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학교 시험은 학생들을 힘들게 한다. 아마도 이 시험 성적이 평생 자신을 쫓아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무척 중요하다. 대학을 들어가는데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도 고등학교 성적을 가지고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이다 보니,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학교생활에서 시험은 중요하다. 자신의 배움이 얼마나 나아지고 깊어졌는지 평가해 보는 것은, 자신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단순히 점수를 많이 얻기 위한 도구가 돼버린 시험이지만, 시험을 보면서 자신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기에 시험은 자기 발전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험이 마치 그 사람의 모든 것인 양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험을 100점 맞으면 그 사람도 100점짜리가 되고, 50점을 맞으면 그 사람도 마치 50점짜리로 취급(?) 된다. 이런 편견이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도 요즈음 '학교에서의 우등생이 사회에서도 우등생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인식이 우리 사회에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학교에서의 우등생을 더 선호하는 사회가 아닌가! 시험 점수가 높으면 그 사람의 됨됨이 또한 높이 평가하는 것이 우리 사회이다. 그래서 오늘도 학생들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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