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물을 땅에 묻음
김대춘이라고도 하는 김정득이 신유박해 때 공주 무성산에 숨어 있다가 포졸들에게 붙잡히게 되자 성물을 땅에 묻고 있다. 충청도 홍주 대흥 고을 출신인 김정득(베드로, ?~1801)은 예산 출신 친척 김광옥(안드레아)에게서 교리를 배워 입교했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김정득은 김광옥과 함께 교회 서적과 성물만을 지닌 채 공주 무성산으로 들어가 숨어살면서 오로지 교리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서 결국에는 포졸들에게 체포돼 김정득은 홍주로, 김광옥은 예산으로 각각 압송됐다.
홍주 관장에게서 엄한 문초와 형벌을 받았으나 조금도 굴복하지 않은 김정득은 다시 김광옥과 함께 청주로 이송됐고, 마침내는 한양으로 압송됐다. 그리고 8월 21일(음력 7월 13일) 각각 고향인 대흥과 예산으로 끌고가 사형에 처하라는 선고를 받았다. 두 사람은 함께 내려오다가 헤어질 시간이 되자 손을 마주 잡고 "내일 정오 천국에서 다시 만나세"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대흥 감옥에 수감된 김정득은 이튿날 읍내로 끌려나가 칼날 아래 목숨을 바쳤다. 1801년 8월 25일이었다.
그림 탁희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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