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이런일 저런일

평생 모은 90억원을 나라 지키기에 기부한 김용철씨

namsarang 2010. 5. 28. 13:16

[사설]

평생 모은 90억원을 나라 지키기에 기부한 김용철씨

 89세 김용철씨가 평생 모은 재산 90억원대를 "국가 안보를 위해 써 달라"며 국방부에 기부했다. 김씨는 북한천안함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자 "강군(强軍)이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며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섬유 공장을 운영해 일군 큰 재산을 선뜻 안보 성금으로 낸 그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내 작은 기부가 국민들의 국방에 대한 관심과 국가 안보 의식을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김씨의 기부금을 첨단 신무기와 친환경 신물질연구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아내를 앞세운 뒤 양로원에 살고 있는 김씨는 단벌 양복에 낡은 구두를 신고 매끼 식사도 1만원 안에서 해결해 왔다고 한다. 그는 "난들 돈이 아깝지 않겠나. 돈은 쓰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며 20년간 이웃 돕기에도 성금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잘 먹고 잘 살았다"며 나라가 고맙다고 했다. 평생 베풀며 살아온 김씨의 말과 행동은 애국심을 넘어 삶의 깨달음까지 담고 있다.

나라 사정이 예사롭지 않은 지금 김씨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써 달라며 평생 모은 재산을 기꺼이 내놓은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못 보던 '안보 기부문화'의 씨를 뿌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 등 해외 파병 미군이 본토 가족과 통화할 수 있는 전화카드 구입비용을 일반시민들로부터 기부받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씨의 기부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안보는 공기처럼 공짜라는 의식이 국민의 마음 바닥에 깔려버린 세태를 향해 던지는 뜻깊은 물음이다.

  • 입력 : 2010.05.26 23:09 / 수정 : 2010.05.26 23:17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