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화산 이씨' 종친회가 베트남을 찾자 베트남 정부는 그들을 베트남 왕손으로 모셨다. 화산 이씨 시조 이용상은 베트남 첫 독립국가의 왕족이었다. 그는 1226년 베트남에 정변이 일어나자 일족을 배에 태우고 탈출했다. 고려 고종은 이용상이 자리잡은 황해도 화산의 이름을 따 그를 화산군으로 봉했다. 이용상은 원나라 침입에 맞서 앞장서 싸워 이에 보답했다.
▶요즘처럼 세계 각지 사람들이 대거 한국에 와 정착하는 현상은 우리 역사상 전에 없던 일이다. 2000년 49만명이었던 주한 외국인은 이제 120만명으로 늘었다. 이 중 지난해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은 49개국 2만5044명으로 단군 이래 가장 많았다.
▶귀화 외국인이 늘면서 한국식 성(姓)과 본(本)을 따라 새로 이름을 짓고 스스로 시조가 되는 창성창본(創姓創本)이 활발하다고 한다. '몽골 김씨' '태국 태씨' '대마도 윤씨'처럼 전에 못 보던 성씨들이 작년에만 4884개 새로 생겨났다. 며칠 전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역대 최고인 종합 23위를 기록했지만 '문화적 개방성' 분야에선 58나라 중 52위에 머물렀다. 이들 '몽골 김씨' '태국 태씨'들이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제대로 자리잡도록 돕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