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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namsarang 2010. 5. 24. 22:29

[만물상]

괴담

조선 정조 21년인 1797년 5월 종로에 "왜선(倭船)이 동래(東萊)에 쳐들어왔다"는 벽보가 나붙었다. 포도청 관리들이 조사에 나서 노염이라는 사람을 붙잡았다. 그 사람은 "임금의 주목을 받아 보려고 거짓으로 그랬다"고 실토했다. 포도청은 노염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형률(刑律)에 따라 처형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왜적(倭敵)과 관련한 유언비어가 많았다고 한다. 광해군 11년 1619년엔 왜적이 호남을 침범해 전북 임실과 남원에 도달했다는 유언비어가 돌아 피란민들이 길을 메웠다. 인조 16년 1639년에는 왜군이 조령(鳥嶺·문경 새재)을 넘었다는 헛소문이 나돌아 많은 사람들이 피란을 떠났다. 포도청은 유언비어를 금한다는 포고문을 종로에 내붙이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을 사형한 일도 많았다고 한다.

▶올 들어 중국 일부 지방에선 지진 괴담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퍼져 주민들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고 있다. 산시(山西)·허난(河南)·장쑤(江蘇)성 주요 도시들에서 '지진이 감지됐다'는 괴담이 새벽 4시에 떠돌아 주민들이 잠옷바람으로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수사 당국에 괴담 유포자로 붙잡힌 중·고교생들은 "장난으로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2년 전 광우병 괴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천안함 사고 원인을 둘러싼 괴담이 그칠 줄 모르고 번지고 있다. 사고 직후 가스터빈실과 연료탱크의 내부 폭발설이 그럴듯하게 퍼지다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암초 좌초설과 피로 파괴설이 뒤를 이었다. 합조단이 프로펠러와 추진체 같은 어뢰 일부를 사고현장에서 찾아내자 이번엔 부품 안쪽에 쓰인 '1번'이라는 글자를 북한이 쓴 게 맞느냐, 어뢰가 터졌는데 어떻게 프로펠러가 남아 있느냐 하며 괴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엊그제부터는 '현재 북한의 이상 행동으로 긴급 징집합니다. 근처 예비군 연대로 신속히 오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가 휴대전화로 퍼지고 있다. 국방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고 서울경찰청과 함께 유포자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한 합조단의 과학적 조사 결과를 미국은 "어드마이어(admire·경탄한다)"라고 했다. 처음부터 '과학적·객관적 조사'를 강조하던 중국 정부도 조사 결과를 부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 일부 '꾼'들만 괴담 수준의 의문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