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는 모두 180부의 성경을 인쇄했다. 이 중 30부가 양가죽으로 만든 것이고 나머지는 종이본이었다. '42행 성서' 한 부를 만드는 데는 320마리의 양가죽이 들어갔다. 이런 희귀성 때문에 '42행 성서'는 경매에서 책으로서는 늘 최고가를 경신해 왔다. 1978년 240만달러에 팔려 기네스북에 오르더니 87년에는 539만달러로 배 이상 뛰었다.
▶선(禪)에 관한 고승들의 어록을 요약한 '직지심체요절'은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플랑시가 19세기 말 입수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이다. 그는 이 책의 중요성을 알고 표지에 "한국에서 인쇄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금속활자 인쇄물"이라고 써놓았지만 당시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1911년 프랑스 경매에 180프랑(지금 돈 65만원가량)에 나왔을 때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다른 한국 책 80종은 사면서도 이 책은 사지 않았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 어떻게 구텐베르크보다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했겠느냐는 의심 때문이었다.
▶'직지심체요절'과 '42행 성서'를 나란히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서 열리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대표작 1000여점을 모아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기록문화전시회다. '42행 성서'는 베를린 주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진본이고 직지심체요절은 복제품이긴 하다. 세계 금속활자 종주국 후예의 자부심을 느끼면서 '직지심체요절'의 운명을 통해 한국 근대사를 다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