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느 교수 주장을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카더라'… "석가모니·노자도 한국인? 우주를 한국이 만드셨대… UN에 건의해 한국을 정신병원에 넣자"… 이태백도 웃을 중국 언론 보도에 중국 네티즌들 흥분…
중국 신화통신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국 서울대학교 역사학과 김병덕 교수는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이 한국인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 5월 14일
신문에 따르면 '서울대 교수 김병덕'은 이백뿐 아니라 이상은, 이하, 이섭 같은 당나라 시인이 모조리 한국인임을 고증했다. 환구시보에 기사를 쓴 왕옥(王鈺)은 "그럼 당나라를 세운 이세민도 한국인이겠네?"라고 비아냥댔다.
이 기사는 환구시보는 물론 신화통신, 신문망 등 주요 중국 언론에 한 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실렸다. 급기야 일본의 한 중국 관련 포털도 이 기사를 받아 보도했다.
지난달 24일에는 감숙성 TV도 한심하다는 논조로 보도했다. 환구시보에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대개 이런 톤이다. "웃겨 죽겠네. 대한명(冥)국이다" "우주를 한국이 만드셨대" "UN에 건의해 한국을 정신병원에 넣자"….
타이완의 공중파 TV BS도 지난달 19일 감숙일보를 인용해 "당 태종이 고려를 정벌하러 왔을 때 이태백의 조상을 한국에서 포로로 데려갔다고 서울대 김병덕 교수가 논문에서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 중국 전문가 말을 인용해 "강도가 중국 문화를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고려는 당나라가 망한 다음에 건국됐다. 문제는 서울대에 역사학과가 없으며 김병덕이라는 교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보도자료를 돌렸지만 소용없었다. 김병덕 사건뿐 아니라 당진군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줄다리기가 원래 중국 문화인데 한국이 빼앗으려 한다는 기사
도 나왔다.
▲ 송나라 화가 양개가 그린 이태백
산둥성의 제로만보(齊魯晩報)는 지난달 15일 "호남성의 여성학자가 줄다리기는 초나라 노반이 창안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대서특필했다. 기사 아래에는 한자, 명절, 발명, 의학 등 '한국이 강탈해간' 중국 문화를 정리해놨다.
이런 기사는 하루 이틀된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포털에 "한자(漢字)는 한국이 발명한 문자"라는 서울대 역사학과 박정수 교수의 논문이 소개돼 중국 전체에 반한 무드가 조성됐다. 역시 짝퉁에 가짜 기사였다.
이에 앞서 중국 언론은 "석가모니, 공자와 노자, 중국 혁명의 아버지 손문이 모두 한국 혈통으로 밝혀졌다"는 한국 교수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도무지 믿기 힘든 기사도 있다.
베이징올림픽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한국인임이 입증됐다고 성균관대 교수의 말을 인용한 보도까지 나온 것이다. 교수 이름은 박분경, 인터넷 포털 동북망(東北網)이 인용한 한국 언론사는 조선일보다.
- ▲ 이태백의 한국 혈통설을 보도한 감숙TV 화면. '이 모든 게 한국 것?'이라는 자막이 떠 있다.
박분경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고 조선일보에서 이렇게 보도한 적도 당연히 없다. 석가모니 한국 혈통설에는 익명의 조선일보 기자까지 등장했다. 삼척동자가 봐도 뻔한 거짓말인 이런 보도들이 계속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인은 강릉에서 매년 열리는 단오(端午) 축제를 한국에 '빼앗긴' 사실에 대해 원통해하고 있다. 음력 5월 5일인 단오절은 나라 망하는 꼴을 비통해하다가 투신자살한 춘추시대 충신인 굴원을 기리는 행사에서 비롯됐다.
사람들은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먹지 못하게 제삿밥을 만들어 강에 던지며 그를 기렸다. 이게 중국 단오절 유래다. 강릉에서 해마다 음력 4월 5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리는 단오축제는 산신제, 성황제, 봉안제, 단오굿, 가면극 같은 다양한 민간신앙이 융합된 축제다. 명칭만 같을 뿐 그 기원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화다.
2005년 한국이 이 단오축제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자 중국에서는 혐한론이 퍼져나갔다. 단오축제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자 중국은 자기네 단오절과 우리 고구려 고분 집단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으로 보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