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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면 건강도 샌다! 나이별·성별 수면장애 처방

namsarang 2010. 6. 11. 23:51

 

밤 새면 건강도 샌다! 나이별·성별 수면장애 처방

 

   수면클리닉을 운영하는 전문의들은 “잠버릇을 보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만성두통으로 고통받거나, 코골이가 뇌졸중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수면클리닉을 개원한 서울수면센터의 한진규 원장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세대별로 느끼는 수면장애가 다르다”고 말한다.

숨넘어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렁차게 코를 고는 남성, 이유도 없이 밤마다 울어대는 아기, 공부는 뒷전이고 잠만 자는 고등학생, 폐경기가 오면서 불면증이 유독 심해지는 중년 여성…. 이처럼 다양한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수면장애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시기에 겪는 수면장애는 성인이 되어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세대별 처방법을 소개했다.

▲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있는 환자. photo 조선일보 DB
소아·어린이

야경증·몽유병_원인 안 밝혀져… 자다 울거나 잠버릇 심하면 요주의

야경증은 깊은 잠에 빠지기 전인 비렘(NREM)수면기에 나타난다. 잠든 지 얼마 안됐을 때 나타나는 수면장애인 것이다. 어린아이에서 주로 발생하며 갑자기 잠에서 깨어 비명을 지르며 공황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아직 야경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정서적인 불안, 스트레스, 그리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소아의 5% 정도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자보다는 남자 아이에서 더 흔하다. 몽유병이나 야뇨증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어린이의 수면장애를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평소 자녀의 잠버릇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우선 잠자는 아이의 자세부터 살피자. 밤에 자주 울거나 입을 벌리고 자는 경우 또는 부산할 정도로 휘젓고 다니는 것은 수면장애를 나타내는 신호다. 특히 똑바로 누워서 자지 않고 엎드려 자는 것도 문제.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깊은 잠을 방해해 수면장애가 나타난다. 잠버릇이 나쁘면 얼굴 모양이 변형되거나 성격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

10대 청소년

과수면증·기면증_자도자도 졸리고 우울증 동반… 약물·행동요법 병행해야

우리나라 청소년의 수면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미국 의학계에서는 “최소한 9시간 정도 자야 청소년의 뇌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본다. 하지만 과외, 학원, 보충 수업 등에 떠밀려 4~5시간도 푹 자기 어려운 게 한국 청소년의 불행한 현실이다. 이처럼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수업시간에 조는 것을 수면장애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도 제어가 안 될 만큼 잠이 쏟아진다거나 잠을 아무리 자도 또 졸리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수면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기면증에 걸리면 졸음을 제어할 수 없고 갑작스러운 감정변화에 힘이 빠져 주저앉기도 한다. 한마디로 밤에 충분히 잠을 자도 갑작스럽게 기절하듯 잠에 빠져드는 현상이다. 기면증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약물이나 수면습관을 바꾸는 행동요법 등을 병행한다. 과수면증은 주로 10~20세 사이의 남자에게 발생한다. 밤에 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낮에 졸리고 평소보다 많이 먹을 뿐 아니라 우울증과 기억력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을 시작할 때 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20~30대 여성

하지불안증후군_다리 저리고 근질근질… 철분 부족·당뇨병이 원인일 수도

하지불안증후군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수면장애다. 과거에는 중년여성의 유병률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여성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은 잠들기 전에 다리가 저리거나 심한 경우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근질근질하거나 쿡쿡 쑤시기도 하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다리를 움직이면 괜찮아지는 듯하지만 멈추면 다시 증상이 심해진다. 자면서 지속적으로 다리를 움직일 수 없으니 당연히 숙면을 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병은 유전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철분이 부족하거나 심한 다이어트, 당뇨병, 신장병 등도 원인이다.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 또는 당뇨성 말초 신경병증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미국국립보건원은 △다리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움직이려는 강한 충동이 일고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증상이 완화되고 △누워있거나 앉아있을 때 증상이 심해지고 △저녁이나 밤에 더 괴롭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규정한다. 예방을 위해 혈액 생성과 철분 흡수를 돕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20~30대 남성

수면주기장애_밤낮이 바뀐 경우…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가벼운 운동을

새벽 2~3시에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일어났다가 다음날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루 이틀은 견딜 수 있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 시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완전히 밤낮이 뒤바뀌어버리기도 한다. 주·야간 교대 작업을 하거나 국제 여행을 하면서 잠을 못 이루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생활패턴이 변해서 수면주기가 바뀌는 것을 수면주기장애라고 한다.

수면주기장애가 생기면 쉽게 잠들기가 어렵고 잠자리에서 2~3시간 뒤척이기 일쑤다. 취침시간이 늦어지면 기상시간도 늦어져 오전 10~11시가 돼도 일어나기 어렵다. 또는 밤에 잠이 일찍 들어도 아침에 깨기 어려운 과수면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지속되는 수면주기장애 탓에 취침시간이 늦어지면 왕성하게 활동하는 낮에도 무기력해지고 피로도 쉽게 쌓인다.

수면주기장애를 예방하려면 가급적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생활패턴이 바뀌었다면 기상시간만이라도 일정한 시간에 맞추는 것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 무기력해지기 쉬우니 곧바로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점심은 간단히 먹고 오후 3시 이후에는 커피나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수면주기장애가 길어지면 전문가에게 수면주기 조절제를 처방받거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40~50대 여성

불면증_폐경기 불청객, 우울증·두통 동반… 침실 환경 바꾸면 도움

잠들기가 힘들고, 가까스로 잠이 들어도 아침까지 푹 자기 어렵고, 충분히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불면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불면증은 정신적인 스트레스, 수면주기장애, 하지불안증후군 등 원인이 다양하다.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와 고민 탓에 일시적인 불면증을 겪기도 하지만 40~50대 폐경기 여성들은 우울증이나 두통을 동반한 불면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기 쉽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잠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몸의 긴장을 최대한 이완하는 것이다. 불면증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잠자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이 달아나기 쉽다. 잠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머리는 점점 각성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잠자리에 누워 바로 곯아떨어지는 사람은 흔치 않다. 오히려 일시적으로 잠을 못 이루는 것이 정상이다.

스스로 불면증이라고 느낀다면 수면제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현명하다. 평소에 잠을 자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침실의 환경은 어떤지,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불면증은 심리적인 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불면증 완화를 위해 낮에 1시간씩 일광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40~50대 남성

코골이·수면무호흡증_뇌졸중·심근경색 위험… 과음·과로 피하고 살부터 빼라

만약 남성들에게 코골이가 심해서 이혼을 당한 사람이 있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고개를 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한 남자가 심한 코골이 때문에 이혼을 당했다. 천둥 치는 소리처럼 요란한 남편의 코골이 때문에 각방을 쓰는 아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것이다. 코 고는 소리는 상대방에게만 괴로운 것이 아니다. 코골이는 질병을 나타내는 경고음이기 때문이다.

코를 고는 사람 중 3분의 2는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 수면무호흡증이란 숨이 막혀 컥컥거리다가 갑자기 “푸~” 하고 숨을 몰아쉬는 것을 말한다. 만약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상태가 자는 동안 5번 이상 반복되면 수면무호흡증이라고 볼 수 있다.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20번을 넘으면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증, 수면 중 사망 등의 빈도가 증가한다. 이처럼 코골이가 심하고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면 과음과 과로를 피하는 게 첫 번째다. 술을 마시더라도 수면 3~4시간 전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코골이가 건강이 나쁜 중년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몸이 피곤하거나 술을 많이 마시면 일시적으로 코를 골 수 있다. 간혹 어른보다 심하게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는 어린이들도 있다. 어린이의 경우 질병과 관련 있기보다는 목 부분의 편도 조직이 커서 숨이 거칠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비만도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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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면 건강도 샌다! 나이별·성별 수면장애 처방

갈수록 커지는 수면시장

수면 전문클리닉 40여곳… 환자도 매년 10~15% 늘어
죽부인·수면양말·수면인형 등 ‘숙면 도우미’ 쏟아져


▲ 귀여운 고양이 모양 안대는 특히 여성에게 인기다. / 수면양말 photo 조선일보 DB
잠 못 드는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동안 수면장애를 치료해온 이비인후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등이 수면클리닉으로 특화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현재 수면장애를 전문으로 하는 클리닉은 대한수면연구학회에 40여곳이 등록돼 있다. 학회 관계자는 “매년 수면클리닉을 찾는 환자 수가 10~15% 정도 늘고 있으며,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하는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숙면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G마켓 홍보 담당자는 “올 6월 들어 수면 관련 상품이 매주 평균 7000여건 정도 판매됐다”면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열대야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수면 관련 상품 중에서는 전통적인 ‘숙면 도우미’가 선전하고 있다. 찬 성질의 대나무를 안고 자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죽부인이 대표적. 인터넷상에서 1만~2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 대나무 돗자리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도 있다. 숙면을 도와주는 ‘수면 양말’은 G마켓에서만 일주일에 300켤레 이상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이 양말은 특유의 보들보들한 감촉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요즘 베개는 머리만 받치는 용도가 아니다. 일명 ‘보디 필로(body pillow)’라 불리는 ‘몸 베개’는 몸 전체를 받쳐줘 골반이나 척추가 뒤틀리는 것을 막아준다.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안대 역할까지 하는 ‘아이 필로(eye pillow)’도 있다. 아로마향이 들어 있는 ‘수면인형’은 아이들에게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