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권력, 부보다 신심이 먼저
973~1024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성 헨리코 2세는 독일 왕 가운데서 유일하게 성인 반열에 오른 왕입니다. 그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와 명예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사제가 되고 싶어했을 정도로 신심이 두터웠습니다.
성인은 온화한 성품과 겸손한 태도, 합리적이고 자비로운 통치로 많은 이들에게 칭송받았습니다. 그는 998년 룩셈부르크 여백작 구네군다와 결혼했는데 구네군다 신심도 성인 못지 않았습니다.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는데 이는 헨리코 2세와 구네군다가 동정부부로 살 것을 하느님께 약속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는 독일과 이탈리아 왕으로 추대됐고 1014년에는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됐습니다. 유럽을 평화롭게 다스렸고 학교와 수도원을 건립하는데 힘썼습니다. 이와 더불어 교회 개혁과 쇄신운동을 펼쳐 가톨릭교회 정화에 힘썼으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사업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특히 독일에 밤베르크교구를 설립해 다른 교구에 모범이 될 수 있는 교구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성직자 부정부패를 엄중히 처벌했고 사제와 수도자 영성교육에 힘썼습니다. 이같은 노력에 밤베르크교구는 가톨릭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그는 로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에 걸립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몬테카시노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에서 기도 중에 병이 낫는 기적을 체험합니다.
그는 아내가 먼저 죽자 황제 자리를 내놓고 평수사로 살아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수도원에서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에겐 통치자의 삶이 더 어울렸기 때문입니다. 그는 스스로 수도자와 같은 금욕적 삶을 살며 생을 마감합니다.
성인은 1147년 시성됐고, 1200년 그의 아내가 성인 반열에 올랐습니다. 성인 유해는 현재 독일 밤베르크대성당에 안치돼 있습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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