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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급식' 이어 '무상 의료' 공세인가

namsarang 2010. 7. 10. 17:16

[기고]

'무상 급식' 이어 '무상 의료' 공세인가

  • 이규식 연세대 교수

 

이규식 연세대 교수
10년 전 7월 1일 우리는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지역과 직장 건강보험을 통합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의약분업도 실시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준비 안 된 의약분업"이라며 파업을 일으켰고, 이듬해인 2001년에는 의약분업에 따른 급격한 지출증대로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불러왔다.

정부는 이에 따라 특별법을 제정해 보험료 인상과 함께 담뱃값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 일부 의약품은 건보 혜택에서 제외해 약값 전액을 환자가 내도록 하고, 동네 의원에선 환자 수가 많으면 진찰료를 적게 주는 제도를 도입해 재정을 겨우 안정시켰다.

이후 우리 건강보험제도는 재정 안정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러나 최근 일부 시민단체들이 1인당 보험료를 월 1만1000원만 더 내면 건강보험 혜택을 전체 진료비의 90%까지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시민회의를 만들어 보험혜택 확대로 개인이 연간 내는 진료비가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멋지고 기분좋을까. 그러나 이런 시민단체들의 운동을 보면서 또다시 재정파탄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 우리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말 예상 적자액이 1조3000억원에 이른다. 담배부담금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지원하는 조치도 법적으로 올해로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 재정 마련을 위해 특별법 개정 등 대안 마련이 시급한데도 일부 시민단체에서 보험혜택 확대만 주장하고 있어 국민을 혼돈스럽게 한다.

10년 전 건강보험을 통합할 때를 기억해보자. 시민단체들은 부자조합들이 쌓아놓은 건강보험 재산을 활용하면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고도 보험 혜택을 확대할 수 있고, 의료의 질(質)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약분업까지 되면 의약품 사용량도 줄어 의료비가 크게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국 재정파탄으로 끝나 오히려 보험 혜택이 줄어드는 결과가 생기지 않았던가.

그동안 우리의 의료 현실은 어떻게 변했을까. 환자들은 동네 의원이나 지방의 병원들을 팽개치고 무조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만 몰려 의료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의약분업 후 값비싼 오리지널 약 사용이 계속 늘어 약값과 조제료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 결과 보험진료비 증가가 연 평균 15~16%씩으로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돈다. 이런 상태를 계속 방치하면 건강보험제도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보험 혜택을 늘리기보다는 건강보험 붕괴를 막을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선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부터 해야 한다. 엉뚱한 곳으로 돈이 줄줄 새는 구멍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도 그간 이 두 제도가 성공적인 개혁이었다고 자화자찬했던 까닭에 스스로 개혁할 기미조차 안 보인다. 이런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은 채 일부에선 또다시 포퓰리즘 발상에 따라 보험혜택 확대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2020년대까지 건보제도가 제대로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험료 1만1000원 인상도 쉬운 것 같지만 1인당 보험료 부담금을 현재보다 40% 이상 올려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지금보다 수조원씩 돈을 더 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무상급식 망령에 이어 보험혜택 확대 망령이 어른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