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6주일- 주님과 함께하는 일치의 시간

namsarang 2010. 7. 18. 14:42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16주일- 주님과 함께하는 일치의 시간


                                                                                                                                                          홍승모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주님께서는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을 계속하시다가 한 가정에 접대를 받으십니다.

 주님을 초대한 마르타와 마리아의 행동에서 우리는 주님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마리아는 주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는 데 열중합니다. 반면에 마르타는 주님이 오셨기에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합니다. 그래서 주님께 불평합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루카 10,40).

 주님을 접대하느라 경황이 없는 마르타의 행동이 부차적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주님께서 마르타에게서 진정 보고 싶었던 것은 마르타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그의 내면입니다. 마르타는 손님들을 위해 기쁘게 일에 전념했으나 내면적으로는 자신이 하는 일의 성취를 위해 오히려 그 일에 빠져버립니다. 초대된 손님을 위해 무엇인가 보여주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해내려고 염려하고 불안해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미흡한 행동이 마음에 차지 않았던 것입니다. 주님을 위한 일이 주님의 뜻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만족과 성취를 위한 일로 변질된 것입니다.
 
 마르타의 행동은 엄격한 율법에 얽매여 있는 전통적 율법주의자들을 상징하는 듯이 보입니다. 주님 현존을 체험하려면 613가지 율법 규정을 모두 철저히 준비하고 지켜야 한다는 그들의 편협한 사고를 대변하는 듯이 보입니다.

 마르타의 행동은 주님께서 당신을 따르라고 초대하시지만, 먼저 집에 남겨 둔 많은 일들을 해결하러가는 사람들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루카 9,57-62). 그러니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고 주님 현존 앞에서 너무나 할 것이 많아 보입니다.

 사실 본당에서도 가정방문을 나가보면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되곤 합니다. 방문한 가정에 신앙이 어떤지, 가족 구성원 사이에 어떤 어려움은 없는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무슨 부탁이 있는지 등을 알려고 가지만 결국은 그 집에 그릇이 얼마나 많은지, 요리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구역 신자 동원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 오게 됩니다. 신앙의 내면이 아니라, 외적인 단면만을 보게 됩니다.
 
 주님 현존 앞에서 우리는 더욱 단순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일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자신이 하는 일들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합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1-42).

 마리아는 주님을 받아들이는 가장 본질적인 길을 선택합니다.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루카 12,34)는 주님 말씀처럼, 마리아는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발견했고, 그것을 온전히 선택한 것입니다. 마리아의 눈은 주님 얼굴을 바라보고, 마리아의 귀는 주님 말씀을 듣는데 몰입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주님 얼굴에서 삶의 위로를 받고 주님 말씀에서 삶의 희망을 봅니다. 주님 현존이 마리아에게는 기쁨과 행복의 시간이 됩니다.
 
 반면 마르타에게는 주님 현존이 기쁨보다는 해야 할 많은 일들로 인해 귀찮고 피곤한 시간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물론 복음 저자는 마리아와 마르타의 행동이 상반된 행동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해야 할 많은 일들로 인해 귀찮고 피곤한 시간을 어떻게 기쁨과 행복의 시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 해답은 주님과 함께하는 일치의 시간에 있습니다. 그 일치의 시간 속에서 기쁨과 행복을 얻어 그것을 주님 일에 반영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 일이 즐겁고 주님을 올바르게 선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사람들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께서 이렇게 충고하십니다.

 "우리는 이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사람으로 굳건히 서 있게 하려고, 우리는 지혜를 다하여 모든 사람을 타이르고, 모든 사람을 가르칩니다"(콜로 1,28).

 주님과 함께하는 일치의 시간 속에서 주님 말씀은 우리를 점차 변화시킵니다. 그 시간은 귀찮고 부담이 되는 시간이 아니라, 생명의 샘이 흘러나오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있음이 저에게는 좋습니다"(시편 7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