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논산경찰서 전투'를 아십니까?
어제 60주년 추모 행사
16일 오전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충청남도 논산시의 한 묘소 앞에 300여명이 모였다. 단상 앞에 선 조길형 충남지방경찰청장이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선배들을 모범 삼아) 범죄 없는 우리나라가 되기 위해 애쓰겠습니다"라고 추도사를 읽자, 군중 맨 앞에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던 10명의 80대 노신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 16일 충남 논산시 등화동 순국경찰관 합동묘역에서 유가족과 재향경우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6·25전쟁‘강경전투’60주기 순국경찰관 합동 추도식에서 참배자들이 헌화 분향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매년 7월 17일이 되면 이곳에서는 6·25 전쟁 때 고향 논산을 지키려다 숨진 경찰들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 논산경찰서(옛 강경경찰서) 경찰관들은 6·25 전쟁 때 피란 가지 않고 인민군에 맞섰다. 중화기로 무장한 2000여명의 인민군이 경찰서를 포위해도 저항은 계속됐다. 18시간의 전투가 끝나고 220명의 경찰관 중 고(故) 정성봉 서장을 포함해 83명이 숨졌다. 6·25전쟁 때 단일 전투로 희생된 경찰관 규모로는 매우 컸다.
살아남은 이들은 이어진 오찬에서 한자리에 둘러앉아 '그날'을 이야기했다. 김옥영(82)씨가 "인민군에 붙잡혀 총살당할 뻔했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했다. 김씨는 "잡힌 다음날 '평양으로 가자'며 나를 포함해 13명을 밖으로 데려나온 뒤, 인민군이 갑자기 뒤에서 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손에 총을 맞고 논두렁 밑으로 굴러 떨어져 죽은 척했고, 함께 끌려갔던 13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모임 회장격인 한효동(83)씨는 "저 황산벌에 흐르는 금강수 푸른 물줄기와 같이 임들의 무훈과 충절은 청사에 영원히 빛나리로다"며 스스로 시를 지어 읊었다. 시를 듣던 김옥영씨는 "우린 이렇게 경찰에 대한 애정이 깊은데"라며 "요즘 경찰비리 같은 사건이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최근 신뢰 잃은 경찰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날 60주년 행사는 예년보다 하루 앞당겨 논산시 도움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