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6.25전쟁60주년

水上 화장실 바로 옆에서 빨래·설거지

namsarang 2010. 7. 11. 19:08

['2010 희망로드 대장정']

水上 화장실 바로 옆에서 빨래·설거지

 

6·25 60주년 기획… 지원 절실한 6·25 원조국·최빈국 10개국을 가다 [4] 페루
아마존 지류 낀 수상가옥촌, 상하수도 없어 악취로 가득
수도 리마 40㎞밖 판자촌선 ㄷ자 벽돌 3장이 부엌 역할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마을 파차쿠텍의 조바나(Jovana·24)씨 집은 6.6㎡(약 2평) 넓이의 판잣집이다. 'ㄷ'자 모양으로 세운 벽돌 3장이 부엌이다. 벽돌 사이로 보이는 생선가시와 타다 만 장작이 부엌임을 보여줬다. 아들 알렉시(Alexy·3)는 모래 바닥에 앉아 게걸스럽게 밥알을 입에 넣었다. 해발 300m 사막의 모래바람을 판자로 막고 천막으로 하늘을 가렸지만, 그래도 이곳은 조바나씨 모자(母子)의 보금자리다.

조바나씨와 처음 살았던 남자는 2007년 4월 바람이 나 집을 나갔다. 임신한 지 4달 만이었다. 그때 난 아이가 알렉시다. 그녀는 지금도 임신 7개월째이지만 두번째 동거남 역시 5달이나 감감무소식이다. 조바나씨는 이웃집 빨래를 해주며 하루 5솔(약 2000원)을 번다. 하루 한 번 살수차(撒水車)가 드럼통에 물을 채워주고 1솔(약 400원)을 받아간다. 전기는 안 들어온다. 용변은 흙바닥을 파 해결한다. 그녀는 "아이 건강 외에 어떤 행복이 있겠느냐"고 했다. 칭얼대던 알렉시는 물을 줄 때마다 울음을 그쳤다.

페루 북쪽 이키토스시 벨렌 지역 수상가옥촌에서 판자를 둘러싼 것(왼쪽)이 주민들이 ‘공중전화박스’라고 부르는 수상 화장실이다. 강에 용변을 보는 화장실 옆에서 한 주민(오른쪽)이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있다. /박국희 기자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6·25 당시 원조국과 최빈국을 찾아가는 '2010 희망로드 대장정'시리즈 네 번째 나라로 페루를 찾았다. 페루는 6·25전쟁 당시 우리에게 물자를 지원한 20개국 가운데 하나다.

불모지 사막인 파차쿠텍에 무허가 판자촌이 하나 둘씩 늘어난 건 2000년 초부터였다. 도시에 살 형편이 못 되는 빈민들이 황무지로 몰려들었다. 먼지 자욱한 흙냄새뿐인 이곳 7352만㎡(2224만평) 일대에 23만명이 모여 산다.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붉은 산마다 판잣집들이 촘촘하게 들어섰다.

파차쿠텍에서 일용직 남편과 함께 살며 식모 생활을 하는 한시(Hansi·40)씨는 최근 올케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자녀들을 방치해 부모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둘째 딸 브렌다(Brenda·14)가 지난해 초 친오빠(17)의 아들을 낳은 게 화근이었다. 브렌다는 "오빠와 장난치다가 벌어진 일이고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시씨는 "이젠 집을 비우고 일을 하러 다닐 수가 없어 당장 먹을 것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파차쿠텍을 '조장된 무허가촌'이라고 부른다. 빈민들이 나라 땅에 판잣집을 세운 건 무단 점거이지만 국가 대신 사막을 개척하고 있어 정부도 이곳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세금을 낼 수 있는 가정에 한해 전기와 수도 시설이 들어오고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리마에서 북쪽으로 1000㎞ 떨어진 이키토스 지역은 '아마존의 탄생지'다. 밀림(密林)에 둘러싸여 비행기로만 갈 수 있다. 7만여 명이 사는 이키토스의 벨렌 지역은 아마존강의 지류 이타야강 주변에 수상 가옥이 늘어서 '페루의 베네치아'로 통한다. 1950년쯤부터 정글에 살던 주민들이 이곳으로 나왔다. 집들은 통나무를 받쳐세워 1~2m 높이 위에 떠있거나 아예 물 위를 떠다니는 집도 있다. 도시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들은 용변을 본 강물에서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목욕을 했다. 질퍽거리는 도로 위 뻘밭에는 아이만한 대머리 독수리 떼가 썩은 고기를 찾아 분주히 움직였다.

기제르모(Guillermo·60)씨는 태어날 때부터 인큐베이터 신세를 진 15세 아들 요셉의 병명(病名)을 지금도 모른다. 요셉은 1m를 채 자라지 못하고 휠체어에 누워 있다. 말도 하지 못한다. 강에서 잡은 고기를 팔아 하루 20솔(약 8000원)을 버는 형편 때문에 병원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 벨렌 생활에 적응을 못한 세 딸은 결혼한 뒤 모두 이곳을 떠났다. 기제르모씨는 "5㎞ 넘게 떨어진 병원까지 아이를 업고 진흙탕을 건너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아들 병을 고칠 수 있도록 누군가 도와주는 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위정자(爲政者)들에 대한 기대도 없다. 아리아노(Ariano·63)씨는 "정치인이 선거 때가 되면 악수하고 밥을 먹고 가지만 모두 허사"라며 "당선 후엔 누구에게도 잊혀지는 곳이 벨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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